[배정원의 러브 터치] ‘마녀의 젖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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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을 휩쓴 광풍 중에 마녀사냥이 있다. 15세기에 시작해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을 마녀로 몰고, 모진 고문 끝에 화형이나 교수형·참수형에 처했던 끔찍한 사건이다. 이때 마녀로 몰려 죽어간 여성들은 혼자 살거나 연금술에 능한 사람, 약초 등을 이용해 사람을 치료하거나 목숨을 구해 준 사람, 남의 고민을 잘 들어 어려움을 해결해 준 사람, 특별히 아름답거나 추한 사람, 또 돈이 많아 여러 사람에게 빌려 준 사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지난번 독일에 갔을 때 우연히 찾은 고문박물관에서도(유럽에는 끔찍한 고문기구나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고문박물관이 많다) 마녀사냥에 대한 자료를 대할 수 있었다. 교수형을 당해 매달린 여성의 아랫도리가 훤히 드러난 삽화의 설명에 의하면 ‘몸을 샅샅이 뒤져 마녀의 표식을 찾아냈는데, 바로 마녀의 젖꼭지였다. 차마 드러내기 어려운 부위였으나 증거를 보여야 했기에 드러냈다’고 적혀 있었다.

그 ‘마녀의 젖꼭지’란 바로 클리토리스, 여성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라 일컫는 음핵이다. 보통의 선한 여성에게는 찾을 수 없으나 마녀에게는 이 젖꼭지가 있어서, 악마가 찾아와 성교를 하고 이 젖꼭지를 빨았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 음핵은 마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에게 다 있다. 이곳은 남성과 여성을 통틀어 성적인 쾌감을 느끼게 하는 기능밖에 없는 기관으로, 음경처럼 성적인 흥분을 하면 피가 몰려 커지고 탄력 있게 발기한다.

음핵은 원통형으로 2.6㎝ 정도 되는 크기이며 뿌리 같은 두 개의 음핵돌기를 가지고 있다. 몸의 어떤 부위보다 많은 8000개의 신경섬유가 몰려 있다. 음경보다 두 배나 많은 신경이 분포돼 있다.

음핵의 크기는 개인차가 있지만 크기에 비례해 성감이 더 좋아진다는 보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아 음경처럼 크기와 성감은 무관한 모양이다. 이곳은 아주 예민해 성적 흥분을 강하게 느끼게 되면 표피가 그를 덮어씌워 숨겨 준다. 너무 감각이 예민해 그때 자극하면 쾌감보다 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성적 흥분이 가라앉으면 다시 표피가 벗겨지고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클리토리스(라틴어로 ‘숨어 있다’는 뜻)라고 한다.

이곳을 부드럽게 대하면 빗자루를 탄 마녀처럼, 그러나 그녀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황홀하고 멋진 비행을 할 수 있다. ‘마녀 젖꼭지’에 숨어 있는 ‘비밀’이다.

배정원 성교육전문가,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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