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다던 支準率 미적미적 자금시장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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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의 「10.9 경쟁력 10% 향상대책」의 후속대책으로 기대됐던 지준율 인하가 늦어지면서 금융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지준율 인하를 기다리며 자금을 단기로굴리는 바람에 장기금리는 큰 변동이 없는 대신 중.단기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는 단고장저(短高長低)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장기실세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유통수익률(3년만기)의 경우 지난 9월말 12.40%에서 정부대책이 발표된 지난 9일 11.9%대에 들어선후 17일까지 12%를 넘지 않는 선에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중.단기금리를 대표하는 기업어음(CP)이나 콜금리는 이번주 들어 계속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 참조> 금융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수급상의 이유도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준율 인하→은행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예상,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금운용을 단기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등을 통한 장기자금 차입을 꺼린채단기자금으로 자금수요를 꾸려가고 있고 증권사들 역시 하루짜리 초단기자금인 콜자금으로 급한 불을 꺼나가고 있어 콜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준율 인하 원칙에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통화증발 요인 해소 문제를 놓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이달안에지준율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주 들어 지준율 인하가 지연될 것이 확실시되자 CP를 발행해 한달 안팎의 중기자금을 끌어쓰려는 수요가 점차 늘어 CP금리가 다시 15%대로 올라섰다.
그러나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면서 고금리 단기자금을 써야 하는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들고 있어 경쟁력 향상에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금이 남는 은행.투신사등이 회사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춰나가는 대신 단기시장에서 돈을 굴려 금리수입을 챙기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
㈜대우의 자금관계자는 『지준율 인하가 정책방향이라면서 막상 조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금리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것도 금융비용 절감의 지름길중 하나일것』이라고 말했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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