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삼성 불펜 무너뜨린 두산 기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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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해부터 ‘발야구’ ‘육상부’라는 야구계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기동력의 야구를 펼치고 있는 두산 베어스.

올 정규시즌에서도 189개의 도루를 기록, 8개 구단 가운데 최다를 기록하며 ‘뛰는 야구’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다. 뛰는 야구는 단순히 도루만 의미하지 않는다.

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은 기동력이 가진 ‘숨은 위력’을 보여줬다. 4-4 동점이던 7회 말 공격에서 안타 없이 볼넷 3개와 발로만 3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갈랐다.

삼성 마운드에는 좌완 스페셜리스트인 권혁이 던지고 있었다. 권혁은 선두 이종욱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종욱은 3년 연속 40도루를 성공시킨 준족. 올 시즌에도 47도루로 이 부문 2위다. 다음 타자는 2번 오재원. 정규리그에서 주로 6, 7번을 치던 오재원이지만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그를 2번으로 끌어 올렸다. 상승세의 타격감도 감안했겠지만 빠른 발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후반기 32경기에서 타율 0.262와 10도루를 기록한 준족이다. 이종욱에 이어 테이블 세터 역할을 기대했음 직하다.

발빠른 이종욱이 1루에 있는 상황에서 역시 발빠른 타자 오재원을 상대하는 삼성 배터리의 볼 배합은 뻔했다. 삼성 포수 진갑용은 이종욱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엉덩이를 들고 바깥쪽으로 빠져 앉아 바깥쪽 공만 요구했다. 오재원으로서는 스트라이크 존을 더욱 좁힐 수 있었다. 결국 권혁은 오재원마저 볼넷으로 내보내고 무사 1, 2루에서 강판됐다. 승부의 추는 두산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두산 발야구의 후속탄은 계속된 무사 만루 찬스에서 나왔다. 권혁과 교체된 삼성의 4번째 투수 안지만은 3번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만루 위기에서 4번 김동주를 우익수 얕은 플라이로 유도했다. 그러나 3루 주자 이종욱은 냅다 홈을 파고 들었다. 삼성 우익수 최형우가 강견이긴 하지만 이종욱의 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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