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헌재는 고민中…"정말 힘든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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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헌법재판소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9일 경찰이 헌법재판소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장문기 기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가 이번주 중 나올 것 같다. 헌재 관계자들은 휴일인 9일에도 대부분 출근해 선고에 대비한 실무작업을 계속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이란 역사적 의미 때문인지 헌재 관계자들은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헌재는 결정문 내용과 작성 방식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법리 공방을 거듭했다.

"지금 우린 정말로 힘든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주선회(周善會) 재판관의 말이다. 周재판관은 지난 8일 기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윤영철(尹永哲) 소장도 "대답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다른 재판관들은 아예 질문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선고 시점이 임박하면서 재판관들의 고심과 긴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3일 전후해 선고 이뤄질 듯=9명의 재판관들은 지난주 매일같이 평의를 열어 세 가지 탄핵 사유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탄핵 사유를 중대한 법률 위반에 국한해야 할지, 중대한 법률의 위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최종 선고일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 일각에서는 13일을 전후해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재판관들이 몇 차례의 난상 토론을 거친 끝에 잠정결론을 냈으며, 결정문 작성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이미 오래 전부터 각각의 경우의 수에 따른 결정문을 준비해 놓아 재판관들이 합의만 하면 선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영철 소장이 "10일과 11일에는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평의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을 고려할 때 12일이나 13일까지는 결정문 작성이 끝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늦어도 14일 전에는 선고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11일께 최종 선고일이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소수 의견 공개 놓고 고심=헌재법(제36조3항)은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 및 헌법소원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주문(主文)과 다른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이름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정당해산 심판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이에 재판관들의 의견 공개 여부를 놓고 헌재 내부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나왔다고 한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적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재판관들이 결정문에 자신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탄핵심판 사건도 관련법 조항을 따라 재판관들의 의견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특히 이번 사건의 양측 당사자인 소추위원과 대통령 변호인단은 "재판관들의 의견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도 각자의 의견을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소수 의견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헌재가 지나치게 몸을 사려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난 여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진배 기자<allonsy@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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