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스타들 프로팀서 잇단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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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문고 투수 김명제가 지난 4일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천안 북일고 타자를 상대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시즌 첫 대회임에도 최고 구속 149㎞짜리 강속구를 던진 김명제는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관심대상이었다. [강정현 기자]

제38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에서 스타로 뜬 선수들이 엄청난 몸값으로 프로행을 확정짓고 있다. 올해 첫 고교야구대회였던 만큼 지난달 26일 개막 때부터 프로구단들의 스카우트 눈독이 집중돼온 터다.

상종가는 휘문고의 오른손 정통파 투수 김명제(3년)가 찍었다. 두산 베어스는 9일 김명제와 계약금 6억원을 주기로 하고 입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금 6억원은 두산 팀 사상 최고액(종전 김동주.4억5000만원)이며, 임선동(현대).김진우(기아)가 프로 입문 때 받은 7억원에 이어 역대 3위다.

1m88㎝, 93㎏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김명제는 대통령배를 통해 전국 랭킹 1위 수준임을 검증받았다. 지난 1일 성남고와의 16강전에서 1회초 난조에 빠진 선발 김형준을 구원 등판, 9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으로 성남고 강타선을 막아내 구위를 인정받았다.

김명제는 특히 1회초 첫 타석에서 고교야구 사상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때린 박병호(성남고)를 2회초와 5회초에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2회초 5연타석 홈런에 도전했던 박병호는 김명제가 던진 3구째 슬라이더(시속 136㎞)에 헛스윙했고 4구째 빠른 공(시속 149㎞)에는 타석에서 얼어붙은 듯 꼼짝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당시 구장에 모인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이 장면이 올해 고교야구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입을 모았다.

윤혁 두산 스카우트는 "김명제는 1학년 때부터 경기에 출전해 경기 운영능력이 탁월하다. 제구력만 보완하면 당장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재목이다. 프로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지난 7일 LG와 계약금 3억3000만원에 먼저 입단계약을 했다. 두 선수의 연봉은 프로 신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에 따라 2000만원씩이다.

대통령배를 통해 고교야구 최고 투수와 최고타자로 떠오른 두 선수는 서울 라이벌팀인 두산과 LG에 입단이 확정되면서 내년 프로야구에서 자존심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오는 6월 5일 1차 지명을 앞둔 프로구단들은 대통령배에서 대형 스타로 떠오른 고교유망주들을 낙점하고 계약을 준비 중이다. SK는 유신고의 투타 만능 최정(3년)을 1차 지명 대상으로 결정했다. SK는 최정을 타자로 키울 생각이다.

한화는 홍성용(북일고).윤근영(대전고) 등 두명의 왼손투수를 저울질하고 있고, 기아는 최고구속 150㎞를 선보인 미완의 대기 곽정철(광주일고)과 유격수 이원석(동성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삼성과 롯데는 3명의 유망주를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계산기를 두드려볼 작정이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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