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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정적자 사상 최대…빚도 많은데 달러 찍어대면…고개 드는 ‘물가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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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현지시간)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左)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 신화=연합뉴스]

달러를 이렇게 계속 찍어서 시중에 풀어도 세계 경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국제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찍어낸 달러가 각국 재정의 적자를 늘리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재앙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2008회계연도(2007년 10월 1일~2008년 9월 30일)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4548억 달러(약 55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1600억 달러 수준이던 2007회계연도의 재정적자보다 세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2%에 해당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던 2004회계연도(4120억 달러)보다 적자가 더 늘었다.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런 시기를 끝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에 GDP의 5% 수준인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2009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5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최악의 경우 미국 재정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국가 빚도 늘고 있다.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은 이미 2조6000억 달러(약 3000조원)를 넘었다. 미국 국가채무는 11조3150억 달러(약 1경3000조원)로 GDP의 81%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달러를 계속 찍어내면 달러화 가치가 추락할 것이고, 그 부담은 달러와 채권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져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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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블랙 먼데이를 예고해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80년 GDP의 130% 수준이던 미국 내 총 부채가 최근에는 350%로 늘어났다”며 “앞으로 이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도 ‘AAA’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370억 파운드(약 8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3개 은행을 국유화한 영국은 공공 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GDP의 100%에 달할 전망이다. 2011년까지 균형 재정으로 돌려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던 독일도 당분간 이를 미뤄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오스트리아가 발표한 구제금융 총액은 2조5000억 달러로 5개국 GDP의 24%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구제금융이 아무런 충격 없이 받아들여지겠느냐”며 “결국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털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급등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결국 이번 조치는 금융업체의 부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정부들이 이를 떠안겠다고 발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과도한 금융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악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각국의 이번 조치는 돈이 넘쳐 문제가 된 것을 다시 돈을 더 넣어 막은 꼴”이라며 “실물경제가 따라가지 못하면 은행 부실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정부도 함께 수렁에 빠지면서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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