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방 창문 교묘히 가려놓고 음란물보며 혼숙도 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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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2일 0시20분쯤 서울송파구신천동 일명 「먹자골목」에 있는A비디오방.자정이 넘었는데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이 비디오방의 감상실 창문에는 이상하게도 옷걸이들이 걸려있다.비디오방이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개정법령을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옷걸이 사이로 야한 포즈로 껴안고 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앞서 11일 오후10시30분쯤 역시 신천동 B비디오방.
감상실 내부 조명을 켜놓아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채 남녀들이 깜깜한 방안에서 포르노에 가까운 음란물을 보고 있었다.5분쯤뒤종업원이 황급히 카운터옆에 설치된 조명 스위치를 올리면서 「밀회」를 방해받은데 대해 불평하는 손님들에게 『단속반이 떴어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당국은 최근 일부 비디오방이 심야에 사실상 「혼숙장소」로 이용되는등 청소년 탈선업소로 지적받자 관계법령을 고치고 단속규정을 강화해 건전업소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심야영업금지와 함께▶투명유리창 설치▶45도 이상 기울어진 의자.침대 비치 금지▶감상실내 조도(照度)70룩스 이상▶출입문 잠금장치 금지등 규제조치를 마련,지난달 7일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탈법.불법 영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일부에서는 느슨한 단속의 틈을 타 더 지능적인방법으로 퇴폐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사 취재팀이 11일 저녁부터 12일 새벽까지 서울신천동.돈암동.신림동 일대 비디오방 30곳을 돌며 밖에서 내부 감상실을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6곳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12일밤 서울관악구신림동 한 비디오방.자정이 지나면서 단속반이 순찰을 하자 비디오방 간판과 입구에 불이 꺼졌다.하지만 밖으로 나온 사람은 내부에 있던 손님이 아니라 업주였다.술집.노래방에 이어 비디오방에도 심야영업 규제가 시작되면 서 업주가 손님을 잡기 위해 「삐끼(호객꾼)」로 나선 것이다.
서울송파구의 한 비디오방 업주는 『내부가 들여다 보이니까 9월 이후 손님이 하루 열팀정도 줄었다.앞으론 주변의 다른 업소처럼 창문에 대형 포스터를 걸어놓고 단속때만 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단속나온 일선 구청의 한 관계자는 『업소들끼리 비상연락망을 갖추고 있어 한군데만 단속해도 금세 정보가 새나가버린다』며 『유익한 문화공간이 되기 위해선 업주들의 자발적인 분위기 조성이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병건.염태정.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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