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기름 값의 비밀 … 국제 시세 급락에도 국내선 찔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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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초 배럴당 182.46달러(싱가포르 현물시장 기준)로 사상 최고였던 경유는 13일(현지시간) 89.56달러로 반토막(-50.9%)났다. 휘발유도 7월 초 147.3달러에서 13일엔 83.97달러로 43% 빠졌다. 반면 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7월 16일 1950.02원에서 이달 13일 1702.06원으로 12.7% 하락했다. 경유도 같은 기간 1947.75원에서 1625.09원으로 16.6% 떨어지는 데 그쳤다. 국제 시세가 오를 때는 주유소와 정유사가 덩달아 국내 기름값을 빨리 올렸다. 하지만 값이 내릴 때는 국내 기름값을 천천히 내려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높은 세금과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도 국내 기름값 하락을 가로막고 있다.

◆주유소·정유사 마진 확대=주유소 판매가(전국 평균)에서 정유사의 평균 공급가를 뺀 차액이 최근 많이 증가했다. 주유소가 마진을 늘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휘발유는 이 차액이 지난해 6월 L당 112.56원에서 올 8월에는 175.49원으로 55.9% 늘었다. 화물차가 많이 쓰는 경유는 더 심하다. 차액이 같은 기간 L당 119.11원에서 216.17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석유정보망에는 지난해 6월에서 올 8월까지만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차액은 특히 국제 원유값이 급등한 올 5월부터 빠르게 늘었다.

고유가를 틈타 주유소들이 마진을 늘렸다는 의미다. 7월 중순 이후 국제 휘발유·경유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뒤에 차액은 더 증가했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내린 만큼 주유소들이 따라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당연히 주유소에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 이에 대해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원 인건비 등 각종 경영비가 올라 실제 주유소가 남기는 이윤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본지 분석 결과 정유사들이 국내 공급가를 내리는 속도가 휘발유·경유의 국제 시세 하락 속도보다 3.5%가량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효과까지 고려한 분석이다. 정유사들은 그간 “국제 휘발유·경유 값과 환율을 고려해 국내 공급가를 조정한다”고 밝혀왔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은 “석유제품은 국제 가격과 환율에 국내 유통 구조까지 복잡하게 얽혀 중간에 누가 폭리를 취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정부·정유사·주유소가 함께 유통 단계별 기름값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환율도 걸림돌=현재 휘발유는 가격의 약 50%, 경유는 40%가 세금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올 7월 말 “유류세가 높아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며 기획재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자원이 일본·미국과만 비교해 한국의 세금이 많다고 했다”며 “근거 자료가 빈약해 세금 인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유류세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고려했을 때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한국보다 많은 나라는 헝가리와 포르투갈 정도다. 독일·영국·프랑스의 휘발유세는 우리의 60% 수준이고, 일본은 약 30%다.

환율이 최근 급등한 것도 기름값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환율이 오르면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 가격이 높아져 국내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환율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더 비싼 기름을 사고 있는 셈이다.

권혁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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