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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혁칼럼>'安保홍보'에 생각할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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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대전은 무력대결이기도 하지만 여론전쟁.이미지전쟁의 측면도 크다.91년 걸프전은 미국이 세계의 매스컴과 여론을 주도함으로써 전쟁의 실제상황과는 상관없이 미국이 정의의 수호자가 되고 미국 첨단무기의 우수성이 뉴스의 각광을 받도록 만 들었다.
이처럼 매스컴과 여론을 어떻게 이끄느냐의 문제는 군의 사기와국민의 단합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와 심지어 상대국 국민과 군의 사기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력 못지 않은 전쟁의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군이 전투만 잘하 면 됐지 홍보가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낡은 사고방식이다.
이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과 그에 이은 북한의 보복위협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군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도 안보문제에 관한 홍보.발표의 능력과 수준을 키우고 발전시킬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이번의 무장공비 소탕작전은 여러가지 허점도 있었지만 짧은기간에 큰 전과를 거둔 비교적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규모의 적을 상대로 한 작전이었음에도 군의 발표.홍보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군의 발표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발표해 놓고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이는등 갈팡질팡이잦았고 실제 작전상황과 발표창구가 괴리돼 발표내 용의 신뢰성이떨어졌다.또 발표문안도 딱딱한 군대식 용어와 어색한 표현이 많아 세련되지 못했다.한마디로 전국민의 비상한 관심에 비해 군의발표는 체계적이지도, 세련되지도 못하고 신뢰감도 얻지 못했다.
북한의 보복협박에 대한 일련의 정부 발표에도 생각해볼 문제가많았던 것같다.북한이 천배,백배 보복하겠다는 협박에 대해 우리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특히 북한이 담화나방송을 통한 협박이 아니라 일부러 주한미군을 만나 협박한 것은이례적인 일로 심상하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대좌의 판문점 협박에 대해 정부가 즉각대통령의 특별경계지시를 발표하고 국무총리 주재의 안보장관회의를발표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동해안에 투입된 수만병력의 전방복귀가 보도된 것도 그■다.
사안(事案)이 지극히 중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개 북한대좌가 전달한 보복협박에 대통령.정부.군이 한꺼번에 놀라 움직인 것처럼 공개된 것이다.국민에게 큰 일이 난 것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필요한 경계태세는 신속하게 빈틈없이 취하되 소리없이 조용하게 하는 것이 실제 경계의 효과도 높이고 국민불안도 막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더욱이 북한협박이 우리 내부의 불안.동요를 노리는 심리전이라고 볼 때 우리는 저들이 아무리 흔들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 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긴요하다.취해야 할 대비태세는 다 취하면서도 정부가 태연자약하고 중심잡힌 자세로 나갈 때 국민은 안심하고,북한도 흔들어 보려는 헛된 행동을 쉽게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저쪽이 대좌를 내세웠다면 우리도 대령 또는 중령을 내세우는 것이 격에도 맞고 당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가 북한테러에 대비한 보호대상 요인(要人)과 주요시설의 숫자까지 밝힌 것도 온당한 일인지 의심스럽다.보호대상요인이 75명이고 그중 과학자가 26명이라는 것까지 보도됐는데 이런 숫자는 북한이 아니고 다른 외국이 알아도 우리에게 좋을 일은 없을 것같다.대한민국에서 보호받을 과학자가 고작 26명이라니 하고 생각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이 숫자가 그냥 「발표용」이었기를 기대한다.
안보에 관한 정부발표는 곧 안보에 관한 국민의식을 결정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국민이 안보불감증이어서도 안되고 안보과민증이어서도 안된다.국민이 적절한 안보의식을 갖고 정부와 군을 신뢰하며 단합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안보는 안심할 수 있게 된다.그런 점에서 안보에 관한 정부의 설명과 발표는 실로 엄청나게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사항이 발생했을 때 우선 「누가」「누구의 이름으로」 발표할지부터 신중히 검토,판단해야 한다.처음부터 최종선의 발언이나발표가 불쑥 나와서는 안된다.그리고 한번 나온 말은 곧 그다음정책을 제약하는 것이 되므로 발표내용도 그때그 때 즉흥적으로 하거나 적당히 해서 안됨은 물론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안보사항의 홍보 발표에 관해 좀더 연구가있길 바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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