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 시게무라 訪北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한반도가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있던 지난달 하순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시게무라 도모하루(重村智計)논설위원은 평양에 머무르고 있었다.정치부기자 1명과 함께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순)초청으로 사건발생 3일후인 9월21일부터 28일까지 평양과 판문점등을 방문한 그는 한 노동당 고위간부로부터 『김영삼(金泳三)정권과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그의 방북담을 들어본다.
베이징(北京)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에 도착한 것은 9월21일.지난 1월이후 8개월만의 북한 방문이었다.우리를 초청한 측은 아태평화위원회였는데 총선을 앞둔 일본의 정치상황을 듣고싶었던지 방북신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평양시내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 행사와 10월17일타도제국주의동맹 70주년 기념일 행사준비가 한창이었으며 「잠수함 사건」으로 인한 긴장감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따라붙은 안내원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말을 건네자 『조선 중앙통신이 보도한 그대로다』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잠수함이 기관고장으로 표류했을 뿐이란 말이었다.
1월에 비해 평양시내에 사람과 자동차 통행이 많아진 것같았다.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중유 50만 지원으로 기름 사정이 조금 나아진 탓일까.하루 몇차례 있던 정전도 우리가 머무른 8일동안 한번도 없었다.우리는 도착하자마자 고려호텔에 여장을 풀었다가 NHK 위성방송을 보기위해 보통강호텔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몇차례 노동당 고위간부들을 만났다.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중 최고위급인 한 간부는 남북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대해 『(당시) 수주일 후면 만나게 될 김일성(金日成)주석이 돌아가셨는데도 조문조차 하지않은 무례한 사람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겠는가.사람이 바뀐다면 혹시 몰라도…』라고 말했다.그는 북.일수교에는 의욕을 보였으나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북.일수교를 밀고나갈만한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없는데다 사민당(옛 사회당)마저 해체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북.미 관계개선이선행돼야할 것이란 취지였다.
다른 고위간부는 『정상회담은 몰라도 4자회담이라면 아직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는 말을 했다.노동당 고위간부중 『남조선군장비의 근대화 속도가 무척 빠른 것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