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國土경영철학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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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정치권이 일본 자민당에 한방 맞았다.무기는 바로 「독도는 일본 땅이다」라는 총선공약 직격탄이다.
그러면서 자기네 국민들에게는 반한(反韓)감정을 부추긴다.표심(票心)을 자극하는 선거전략이지만 한편으론 일본 정치권의 음모와 장기적인 복선(伏線)을 생각하게 하는 섬뜩한 공약이다.일본자민당의 이번 공약파동을 보면서 「우리 정치권은 어떤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 정치권의 공약도 단세포적이기는 마찬가지다.요즘도 대선이가까워오자 또 국토(國土)를 도마 위에 올린다.새로운 고속도로「추진」을 발표하는가 하면 무리한 공항.항만개발 약속이 잇따른다.그러나 지금까지 선거를 여러번 치렀지만 강 원도.전라도.경상도 어디서든 서울로 가는 새 도로.철도가 들어선게 없고 또 전국 어디에도 번듯한 첨단공단이 성사된 예는 드물다.우리 정치권은 이처럼 선거 때마다 국민을 속였다.
또 우리 정치권의 선거공약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문제만 증폭시킨 경우가 많다.주민이 원하면 정치권은 압력을 넣어 기간철도.도로의 노선을 틀어버린다.그런 노선은 제대로 추진도 안되지만 또 된다고 해도 몇년 못가 제 기능 을 잃고 만다.그런 공약들 때문에 지난 30년동안 우리나라는 서울행 교통망에만 투자를 집중했다.결과는 뻔해 우리나라의 국토개발은 비능률만 조장하는 원흉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 정치권은 수십년된 그린벨트도 주민이 원한다고 하루 아침에 풀어주겠다는 공약도 한다.또 도시 모습은 생각지도 않고 아무데나 대형아파트를 짓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서슴지 않는다.국토어디든 주민이 원하는대로 쓰게 해주겠다는 정치권 의 이같은 힘때문에 아름다운 국토는 그동안 「오염.무질서 투성이의 소모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내년 대선주자(走者)들의 공약이 궁금하다.또 국민을 기만하며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려는 그럴듯한 프로젝트 모음집이나 내놓을 것인가.아니면 현재의 자급자족형.폐쇄형.경부축 중심 국토구조로는 21세기를 살아 갈 수 없다며 중국.일본.러 시아에 한방 쏘는 「국토개조론」을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도 이젠 국토를 진정 사랑하는 지도자를 가질 때가 됐다.
주민(지역이기).경제인(효율논리).정치인(득표지상주의)을 확실히 누를 수 있는 국토경영철학도 필요하다.
국토는 경제.정치.문화 그 어떤 것보다 상위(上位)에 있어야한다.내년 대선에서는 통치의 메시지를 경제보다 국토에 먼저 담는 후보가 나왔으면 한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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