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사랑이 생각처럼 쉽게 되나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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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성숙한 시각을 담은 영화 ‘사과’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 [청어람 제공]

 사랑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다. 사랑도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거칠게 옮겼지만, 영화‘사과’는 이런 얘기를 울림 있게 들려준다. 일일 아침드라마의 소재가 될 법한 통속적인 상황을 다루되, 섬세하고 사려깊다. 결혼생활에서 한 고비를 맞아본 사람이라면, 아니 진지하게 긴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겪어 봤을 법한 감정을 성숙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딸만 둘인 중산층 가정의 맏딸이자 직장인인 현정(문소리)은 7년 사귄 남자친구 민석(이선균)에게 갑작스레 결별을 통보받는다. “그만 만나자”는 말에 현정은 “그래, 오늘은 그만 만나고 내일 만나자”고 발랄하게 되받아치지만 결별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자, 큰 상처가 된다.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남자 상훈(김태우)은 진작부터 현정에게 서툴고도 일방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현정은 상훈과 데이트를 한 뒤 아니다, 괜찮다를 번복하고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보수적인 농촌가정에서 자란 상훈과 가끔씩 어리광을 터뜨리는 현정의 기질은 불협화음을 빚는다. 상훈이 지방근무를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한동안 떨어져 산다. 현정은 임신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상훈에게 합류해 관계회복을 기대한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강이관 감독은 낯익은 이야기를 관습적이지 않게 표현하는 게 장기인 것 같다. 특히 집안에서 늘 쓰는 물건을 찾지 못해 쩔쩔매거나, 멀쩡하던 물건이 고장나는 식으로 직접 연관이 없는 사소한 디테일을 활용해 현정네 식구들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참신하다. 현정의 아버지(주진모)와 어머니(최형인), 그리고 여동생(강래연)은 각각 명료한 개성과 하나의 가족이라는 조화를 동시에 지닌 인물로 살아난다. 부모 자식 간에 막역하고 허물없이 지내온, 그러나 아버지의 조기퇴직과 딸들의 불투명한 진로로 갑갑증을 겪는 이 가족의 분위기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이 영화가 조심스레 내놓은 진단에 따르면 문제는,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선인이려고 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즉 서로 상대를 위해 희생한다고 자부하는 대목에서 애정에 균열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듣자니, 감독이 의도한 ‘사과’는 이중적 의미다. ‘미안하다’는 사과(謝過)인 동시에 풋사과가 붉게 익어가듯 애정에도 성숙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상담과 치유의 기능을 겸비한 영화다.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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