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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들여 뽑은 충남교육감, 석 달도 못 채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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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제직(67) 충남교육감이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날 ‘교육 가족과 도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충남 교육의 앞날을 위해 사퇴 결심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6월 25일 도민이 직접 뽑는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서 단독 후보로 나서 재선에 성공했다.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르는 데 든 비용은 주민 세금 50억원이었다. 취임(7월 22일) 후 3개월 만에 50억원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오 교육감은 인사 청탁성 뇌물을 받고 일부 교직원에게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 왔다. 13개 차명계좌에 10억여원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고, 이 중 일부는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2004년 6월 간선으로 교육감에 첫 당선된 오 교육감은 당시 “임기 내내 초심을 잃지 않겠다.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오 교육감은 40여 년간 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공주대 총장을 지낸 교육계 원로다. 그래서 충남 도민과 교육계는 그가 실추된 충남 교육을 일으킬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충남교육감의 인사 비리는 꼭 5년 만에 재연됐다. 그의 전임자도 2003년 직원 승진 후보자로부터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났었다.

오 교육감의 중도하차로 충남도민은 또 교육감 선거에 세금을 쏟아 붓게 됐다. 충남선관위에 따르면 내년 4월 치를 예정인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후보 3∼4명만 출마해도 선거 비용은 120억원이 넘는다. 모두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돈이다. 보궐선거로 당선될 교육감 임기는 2010년 6월 말까지 겨우 1년2개월에 불과하다.

충남교육감은 관내 1만6700여 명의 초·중·고 교원 인사에 전권을 휘두른다. 연간 2조1000억원의 예산도 주무르고 있다. 초·중·고 32만3000여 학생의 교육 방향도 결정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막강한 교육감에 대한 견제와 함께 보직·근무지를 위해 금품로비도 불사하는 교육계의 풍토를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남도 교원 가운데 상당수는 작은 시·군이 아닌 대전 인근 시·군에서 근무를 희망한다. 전체 교원 중 10% 정도는 주민등록을 대전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사 때마다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 교육감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교육청 직원 A씨는 “나이 많은 교장·교감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고된 일”이라며 “‘좋은 자리로 옮길 수만 있다면 교육감에게 인사(금품) 표시라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교원이 많다”고 전했다.

김방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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