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무슨 말을 하랴''옛날에 이 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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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추석연휴 TV앞에 모였던 시청자들은 「어버이의 사랑」을 다시한번 헤아리는 기회를 가졌을 법하다.
「부모자식간의 갈등→부모의 사망→자식의 뉘우침」이라는 명절 특집드라마의 공식을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무슨 말을 하랴』(SBS)와 『옛날에 이 길은』(KBS2)은 부모의 참뜻은 자식이미처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
26일 저녁 방영된 SBS 『무슨 말을 하랴』(극본 함윤.연출 고흥식)는 어머니를 애 봐주는 아줌마 정도로 생각하는 요즘풍조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두 아들만을 위해 자신은 물론 딸자식마저 희생시켜가며 모든 것을 바쳤던 어머니.묵었던 병이 도져 입원한 어머니는 이제 「단물빠진 껌」이다.하지만 그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훌륭한 아들들」이 아니다.자신의 「일」을 앞세우는 며느리들 은 더욱 아니다.바로 홀대받고 못배운 가난한 큰 딸이다.섭섭한 마음을 다접어두고 어머니를 받들다 어머니의 임종을 접해 애달아하는 큰 딸 고두심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누선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연휴 마지막날 저녁 1백20분간 방영된 KBS2 『옛날에이 길은』(극본 윤혁민.연출 이정훈)은 스토리텔링식보다 가족들의 회상을 중간중간 삽입,사건 진행의 이해를 돕는 구조를 취했다. 말썽꾸러기 막내를 경찰에 고발한 어머니.그 어머니의 본심은 아들이 제대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갈등은 어머니를 모시고 나와 직접 수발을 드는 장남(조경환 분)조차 제대로 알아챌 수 없었다.
그것은 진정한 부모가,또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남을 헤아릴줄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자기를 희생할 수 있어야 아랫사람을거느릴 수 있고 또 그런 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가정과 부모의 권위를 부르짖은 것은 눈길을 끌었 다.
이미자가 오래전에 부른 『아씨』의 주제가 「옛날에 이 길은/꽃가마 타고/…」도 극 분위기를 절묘하게 받쳐주었다.
우연찮게도 두 드라마에서 끝까지 어머니를 봉양하는 큰 딸(무슨말을 하랴)과 큰 아들(옛날에 이 길은)은 모두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한 인물들이다.사람 사는 도리는 학교공부와 별개라는인식의 묘한 우연의 일치일까.공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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