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과 체급 사이 … 고통 느끼는 최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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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8 베이징 올림픽 유도 60㎏급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28·한국마사회·사진)가 흘린 눈물에는 지옥 같은 감량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자부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최민호는 올림픽 이후 기분 좋게 66㎏급으로 올려 올림픽 2체급 제패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시작도 하기 전에 거대한 벽에 부닥쳤다.

최근 대한유도회 고위층에서 “원래 체급을 유지하라”며 최민호에게 압력성 설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최민호가 한 체급을 올릴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만류하는 모양새다. 조용철 대한유도회 전무는 “민호가 60㎏급에서 세계 최강이지만 66㎏급에서는 금메달급이라고 볼 수 없다. 업어치기가 좋아 키 큰 선수와의 대결에서도 강하지만 힘에서 달릴 수밖에 없다. 60㎏급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도회 간부들의 말은 최민호를 걱정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민호가 체급을 올릴 경우 유도회와 용인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김주진(용인대, 66kg급)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유도회 간부들이 만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민호는 “체급을 올리면 지금보다 나은 여건에서 훈련할 수 있고,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며 체급 조절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지금 최민호의 체중은 70kg. 현 체급을 유지하려면 10kg 이상을 감량해야 하는데 운동만으로 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유도회 간부들의 말은 흘려 넘겨도 좋을 충고 차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민호의 고민은 깊어 간다.

그의 은퇴 후 소망은 대학교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모교인 용인대 교수가 될 좋은 조건을 갖춘 최민호가 ‘충고’를 거역하기란 쉽지 않다. 거역할 경우 선배들의 눈에 거슬릴 게 뻔하고, 그럴 경우 모교 교수의 꿈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원희(한국마사회)와 왕기춘(용인대)의 대표 선발전에서 빚어진 판정 시비는 한국 유도계에서 용인대의 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소속팀인 한국마사회 이경근 감독은 “여러 가지를 검토한 결과 원래 체급으로 남는 게 낫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잠시나마 감량의 고통에서 벗어났던 최민호는 답답할 뿐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최민호의 가족 역시 벙어리 냉가슴이다. 최민호의 아버지 최수원씨는 “(민호가) 이제는 훈련만으로 감량이 안 돼 단식원에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민호는 66㎏급 선수와 많이 뛰어봤다. 체급을 올려도 자신 있다는 얘기를 누차 들었다. 감량 때문에 받는 정신적 고통으로 애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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