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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죽음이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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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뒤 일주일 동안 TV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황망함에 새삼 컸던 그의 존재를 깨달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프로를 보다가도 자꾸만 울적해지는 마음에 하루 종일 그의 장례 소식을 중계하는 연예 뉴스 케이블 채널을 찾게 됐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하듯 상가에 조문 온 연예인들을 보도하고, 친구 잃은 설움에 겨운 동료들의 애닯은 울음을 보여 주고 또 보여 주고 하는 연예 뉴스들을 며칠 동안 반복해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들은 최진실 죽음의 ‘이유’을 캐내고야 말겠노라며 그가 죽기 직전에 만났던 사람들, 죽음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사소한 이야기를 캐물었다. 고인뿐 아니라 그의 어머니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적 기록까지 세상에 공개했다. 최진실이 자살하기 전날 행적을 대역 배우를 데려다 재연하는가 싶더니, 그가 암환자로 열연했던 드라마에서 목욕탕 문을 잠그고 들어가 샤워기를 꺼내는 장면과 그의 자살 사건 현장의 시간대를 교묘히 엮어 교차편집을 하는 장면에 이르자 소름이 돋았다.

그토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친구들과 우정을 누렸던 대스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까지는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캐낼 수 있는 ‘이유’로는 부족한 커다란 문제들이 있다. 굳이 정리하자면 병든 개인과 병든 사회가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인 우울증이 없었더라면 최진실은 아무리 험한 댓글과 소문에도 옛날처럼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우울증은 혼자 오롯이 키워 온 질병이 아니다. 불우한 과거를 딛고 일약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그러다 이혼녀가 되고 아이들의 성을 바꾸고 다시 톱스타의 자리를 회복한 그녀에 대해 사람들은 온전한 애정보다 뭔가 ‘독한 구석’이 있어 문제가 생긴다며 삐딱한 질시의 눈으로 바라봤다.

사채 루머는 편견의 절정이었다. 그녀의 생전 말처럼 커다란 인기 속에서도 세상에 ‘왕따’를 당하면서 그녀는 점점 세상과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외로움의 속병을 키워 왔을 것이다. 결국 더 이상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극도의 외로움이 자신을 스스로 세상 속에서 소멸시킴으로써 세상과의 불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그릇된 판단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이유를 캐내고 누구 하나 ‘죽일 X’을 만들어 저주를 퍼붓는다거나, 혹은 듣기에도 섬뜩한 고인의 이름을 담은 법을 만든다거나, 네티즌은 언론을 욕하고 언론은 네티즌을 비난하는 그런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대응 요법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문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겠고, 악성 루머 유포와 댓글로 스트레스를 풀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정신건강을 회복시켜 줄 장기적 교육과 문화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녀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일 것이다.

연예 뉴스 역시 이제 고인을 제대로 ‘애도’하는 방식을 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진행자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말끝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걸 덧붙이는 것만으로 안타까운 죽음의 뒤를 캐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후안무치함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장례식의 조문과 슬픈 오열 같은 지극히 사적 행위를 하루 종일 중계해 대는 연예 뉴스보다 그저 다시는 볼 수 없어 안타까운 그녀의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더 보고 싶었던 지난 일주일이었다.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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