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포 무장공비 이광수가 밝힌 동해안 침투 前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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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해안 침투 무장공비들의 목적이 군사시설 정찰등을 넘는 보다중요하고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등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또 침투과정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지고 있다.이런 것들은 생포된 이광수의 진술과 공비들의 유류품등을 종합.분석한 결과다.새로운 내용중 가장 관심끄는 부분은 북한이 상어급 잠수함을 남파시키기전 상황이다.남파전야에 인민무력부 정찰국장인 김대식상장(중장급)이 평양에서 퇴조항까지 내려와 충성맹세 행사를 주관하고 이들을 직접 전송했다는 것은 이번 침투목적.의도와 중요성을 짐작케 한다.『잠수함이 북한 퇴조항을 출발하기 전날인 13일 오후8시 인민무력부 정찰국장 김대식상장이 직접 나와 침투 승조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격려했다.
그러나 공작원들은 동석하지 않았다.그들은 임무상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정찰국장의 격려에 이어 우리들은 「충성맹세문」을 낭독했다.정찰국장은 오후 8시30분~10시까지 1시간30분 동안승조원들에게 술을 한잔씩 따라주며 함께 밥을 먹 었다.김대식상장은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고 돌아와 마음껏 먹기 바란다.나는먼저 가겠다」고 말한뒤 식사중 퇴장했다.회식때는 광어회.쇠고기볶음.가자미.양과자.수박등이 푸짐하게 나왔다.』 이상은 군 고위관계자가 전하는 이광수의 진술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잠수함 출발직전인 14일 오전10시에도 정찰국장이 다시 나와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침투공비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고 이광수가 진술했다』며 『이같은 일은 그동안 발견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또 『정찰국장이퇴조항까지 나와 직접 격려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러나 회식자리에 공작팀이 함께 하지도 않은데다 이번 임무의특수성때문에 이광수가 침투목적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對北)정보임무를 수행하는 다른 관계자는 정찰국장이 직접나와 챙기고 해상처장이 잠수함을 동원,현장지휘를 한 임무라는 점에서 침투목적등은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일수 있다면서 다각적인 분석.대응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이들이강릉해안에 도착한 15일밤 상황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이 확인되면서 추적작전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이는도주 공비중 2명 정도의 공작원은 이미 포위망을 벗어나지 않았겠느냐는 것과 이들 일부가 월북 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무엇보다 첫 침투일인 15일 밤 상륙에 성공했던 무장공비(공작원)3명은 잠수함으로 복귀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15일 오후9시쯤 안내원.공작원등 5명이 강릉 해안가로 상륙을 시도했다.그러다 5명중 1명(안내원으로 알려져왔으나 공작원이라는 주장도 제기)이 파도에 실종되는 바람에 안내원을 겸한부함장 유림(소좌)은 실종자를 수색하고,나머지 3 명의 공작원만 침투했다.유림은 실종자를 찾은후 함께 16일 내내 해안가 근처에 숨어있다가 이날 밤 침투공작원들과의 접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유림이 정확한 접선지점으로 이동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유림등 2명의 공비들은 잠수함 으로 복귀했고,다음날인17일 밤 접선을 재시도했다.그러나 접선에 또 실패하자 이들은다시 잠수함으로 돌아왔고,얼마 안있어 잠수함이 좌초하자 승조원들과 함께 탈출했다.잠수함이 침몰한 것은 접선이 자꾸 실패하자해상처장이 해안에 상륙 ,직접 상황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수영에능숙하지 못한 처장을 위해 잠수함을 해안가에 보다 가까이 대려다 암초에 부딪쳤다.』이광수의 진술을 종합 정리한 것이다.이런정황을 감안하면 15일 상륙했던 공작원 3명은 도주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성립할수 있다.게다가 ▶공작원들은 작전이 실패하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무조건 월북하도록 교육을 받고있고 ▶복귀시에는 흩어져 이동하며 ▶일단 태백산 능선을 타면 거의 「일사천리」로 도주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희창.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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