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 연출가 이다 구니아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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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여자와 노약자.서민들입니다.「청교도」에서 이념의 갈등으로 고민하고 상처받는 비극적인 여인상을부각시키고 싶습니다.』 오는 10월5일부터 국립극장에서 국내 초연되는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공연을 위해 내한한 일본인연출가 이다 구니아키(井田邦明.46)는 『최근 「라보엠」을 뉴욕 할렘가,「리골레토」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을 배경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청교도」를 보스니아 내전을 무대로 꾸미는 식이라면 너무 심한 비약』이라고 경계하며 『연출은 보편적인간성을 부각시켜 현대와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말했다. 요코하마(橫濱)태생으로 도호학원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이다는 아베 고보(安部公房)스튜디오,프랑스 자크 르코크 연극학교에서 연출 수업을 받은 다음 밀라노 파올로 그라시 연극학교에서 20년간 3천명의 제자를 배출해냈다.이번 공연의 조 연출을 맡은 이호현씨도 그의 제자.일본의 전통극 노(能)를 이탈리아에 소개하는 한편 베네치아 페니체극장에서 케이지.사티.미요등의 음악극을 연출했고 94년 일본 후지와라오페라단 창단 60주년 공연 『나비부인』에서 현대적 감각을 살린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내년 4월 유럽연합(EU)주최로 이탈리아 칸투에서 열리는 「전쟁과 평화와 종교」라는 페스티벌의 총연출을 맡은 그는『서양문화가 아폴로적인 것만 부각시켜 왔기 때문에 전쟁과 같은비극이 탄생되는 것』이라며 『인간의 나약한 디오니소스 적인 면을 깨닫는다면 종교.이념 때문에 인간을 살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이탈리아는 문화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폐단이 많았다』며 『밀라노 스칼라극장이 파업과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민영화 과정의 진통일뿐 유럽 오페라는 건재한다』고소개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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