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2012 세계환경정상회의 유치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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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유엔총회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중요한 제안을 했습니다. 2012년 세계환경정상회의를 한국에 유치하겠다는 것입니다. 각국 대표들이 환경문제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것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처음입니다. 92년 6월에는 160여 개국 정상이 모인 가운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환경개발회의(리우회의)가 열렸습니다. 국가 간 회의가 시작된 지 20년 만에 각국의 정상들이 환경문제를 논의하게 된 것입니다. 리우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핵심 환경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것도 이 회의입니다.

다시 10년이 지난 2002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세계정상회의(WSSD)가 열렸고, 193개국 정부 대표와 시민단체 등 6만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남아공은 이 회의 개최로 신규 사업 매출액이 9500억원 발생했고, 1만8300명의 고용효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한 총리는 유엔에서 WSSD회의 이후 10년 만에 열릴 예정인 환경올림픽 격인 회의의 유치를 제안했습니다. 한 총리의 제안은 회의 개최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또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면 남아공보다 훨씬 큰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발 빠르게 이 회의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도 대회의 규모와 경제적인 효과를 감안한 것입니다.

회의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개최지가 72년엔 유럽, 92년 남미, 2002년 아프리카여서 2012년엔 아시아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002년 회의를 유치하려다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유치에 나섰지만 정부가 소극적이었습니다. 그해 6월의 한·일 월드컵과 연말 대통령선거 사이에 큰 국제행사를 치르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개최국으로서 내놓을 ‘선물’이 마땅치 않은 것도 마음에 걸렸을 것입니다. 상황은 지금도 비슷합니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한국은 아직 환경 후진국입니다. 회의 유치를 위해서는 정상회의 이듬해인 2013년 이후 한국이 실행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먼저 정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갯벌을 메우는 나라라는 인식도 바꿔 줘야 합니다. 그게 환경선진국으로 한발 다가서는 길입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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