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센티멘털 감성 느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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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음악에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과 만나고, 함께 음악하는 과정이 제 스스로 흥미진진해요. 지금 있는 곳이 항구인지, 무인도인지 잘 모르지만, 분명 제 인생과 음악은 항해를 하고 있죠.”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39·사진)이 최근 발매한 6집 앨범 ‘Voyage’(브아야주·항해라는 뜻의 불어)는 그의 음악 항해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퀸텟(5중주) 활동을 해 온 그는 이번 앨범에서 유명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듀엣 협연을 했다. 그는 이같은 음악적 도전을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가벼운 외출’이라고 표현했다.

“퀸텟 활동을 잠시 접은 뒤 한 번 밖으로 나가보자고 생각했어요. 다른 시도를 해보자는 거였죠. 마침 닐스 란도키 등 북유럽 뮤지션들과 만나면서 음악적 영향을 받았고, 바케니우스와 듀오를 하게 됐어요.”

나윤선의 외출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활동했던 프랑스의 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나라로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행히 그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독일의 유명 재즈레이블 ‘액트(ACT)’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의 이번 앨범은 내년 1월말 유럽·미국·일본을 포함한 38개국에서 동시 발매된다. 내년 봄에는 유럽 투어도 계획중이다.

“음악을 늦게 시작해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바케니우스를 만나 여유와 편안함을 찾았어요. 다른 뮤지션들과의 만남을 통해 음악적 세계를 넓혀가고 싶어요. 액트와의 계약으로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것 같습니다.”

퀸텟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나윤선의 음악은 더 넓은 시야와 풍부해진 감수성, 그리고 깊은 호흡을 갖게 됐다.

“전작인 팝 앨범에 비해 어둡다는 말을 듣지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겁니다. 그리고 원래 어두운 것을 좋아해요. 북유럽 뮤지션들과 작업하다 보니 그 쪽 정서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우리 음악과 비슷한 센티멘털한 정서가 있더라고요.”

바케니우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나윤선은 한국적 정서와 서양의 영향을 함께 지니고 있는 독특한 보컬리스트”라며 “북유럽의 정서까지 더해져 깊이 있고 편안한 음악이 나왔다”고 말했다.

‘댄싱 위드 유(Dancing With You)’ ‘이너 프레이어(Inner Prayer)’ ‘마이 바이(My Bye)’ ‘컴 컴(Come,come)’ 등 6곡의 자작곡이 모두 다채롭고 깊이 있지만, 가장 눈여겨 볼 트랙은 ‘프레보(Frevo·에그베르토 지스몬티의 곡)’다.

나윤선이 앨범에서 처음 시도한 라틴곡이다. 프로듀서 라스 다니엘슨은 “바케니우스의 기타 선율 위에서 신들린 듯 춤추는 나윤선의 보컬을 듣고 넋을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나윤선은 내년 1월 프랑스 리옹의 오페라하우스에서 해금 연주자 강은일 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가 처음 시도하는 국악과의 만남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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