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위험한 운동은 피하자-신세대 선수들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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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 7월4일 저녁 태릉선수촌 실내 아이스링크장.TV방송의 애틀랜타올림픽 출전을 위한 특별공연쇼가 한창 진행중이었다.공연장을 가득 메운 국가대표선수들은 현란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에 넋을 빼앗긴채 인기가수들의 공연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대표선수들의 「장기자랑」.연신 폭소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체조의 에어로빅,배드민턴의 스피드춤,레슬링의 무언극….신세대 선수들은 춤과 노래.코미디등으로숨은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되고 피나는 훈련속에서도 틈만 나면 이어폰을 꼽고 인기가수의 히트곡을 흥얼거리는가 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자신의 개성을 스스럼없이 과시하는 선수들.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느 젊은이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신세대의 한 단면이 다.
오직 정상을 위해 반복되는 훈련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촌에서1년에 2백30일 이상을 지내지만 이들 의식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X세대 특유의 개성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7개)보다 은메달(15개)이 많았다.LA올림픽 이후 한국의 올림픽 성적은 언제나 금이 우위였으나 이번엔 정반대였다.그러자 일각에선 「뒷심부족」이라는 신세대 선수들의 단점을 지적하고 나섰다.그러 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훈련하고 살아가길 원한다. 『자기가 할일은 스스로 찾아서 하고 놀땐 재미있게 논다.
또 과거에는 헝그리정신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물질적으로 풍요로워야 운동도 잘할수 있다.』 애틀랜타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심권호(24.주택공사)의 주장이다.
개성이 뚜렷하고 일한만큼 대가를 바라는 신세대들은 한편으로는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갖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일한 생각을 갖기 쉽다.「이게 아니면 할게 없느냐」는 식이다.힘들고 위험한 운동은 가급적 피하려는게 요즘 선수들의 의식이라 는 얘기다.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독특한 레슬링 해설로 유명인사가 된 김영준씨는 『신세대 선수들은 목표달성이 분명하고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것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야구.농구등 단체경기에서 팀보다 개인기록을 위한 단독플레이가 많아 팀워크를 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세대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개성을살려주는 훈련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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