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國의 21세기 구상-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계 주요국들이 21세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피부색.언어.관습.발전단계등 만큼이나 제각각이다.그 제각각인 모습이 우리의 21세기 준비는 과연 어떤 수준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21세기에 대한 「시스템적」준비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나 라는 없다.
행정부 차원에서 21세기를 대비하는 별다른 계획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만큼 미국은 오래전부터 민.관이 분야별로 힘을 합쳐 갖가지 계획을 준비해오고 있다.정권이 바뀌어도 그같은 준비는 그대로 이어지고 또 미국의 장래를 전세계의 장래와 연계해 구상하고 있다.일본의 21세기 구상은 그네들이 늘 그랬듯 역시 『지금이 최대 위기다』는 철저한 인식에서출발하고 있다.호들갑스러울 정도의 21세기 구상과 대비책이 쏟아져 나와 이를 두고 「 낙원 전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러나 일본의 그런 위기 인식이야말로 패전.엔고등의 격랑을 헤쳐온 원동력일 것이다.그런가 하면 싱가포르의 「정보화 섬」구상은 단순히 바다 건너 「작은 도시국가」의 이야기로만 듣고 넘길수 없는 야 심찬 계획이다.
[편집자註] 미국의 21세기 대비는 철저하다.그렇다고 거창한간판을 내건 특별한 기구나 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대신 정부와 민간기구들이 힘을 합쳐 각 분야에서 21세기를 준비하는 다양한 작업을 일찍부터 진행시켜 왔다.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작업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연속성을 갖는 것은 물론이다.
또 미국의 국익뿐 아니라 전세계 인류의 장래를 결정할 각종 문제들을 연구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해오고 있으며 연구작업만 아니라 21세기를 흥겹게 맞기 위한 각종 여흥행사도 아울러 준비하고 있다.
◇교육=91년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시작한 「아메리카 2000」계획을 클린턴 행정부는 그대로 이어받아 계속 진행시키고 있다.
93년 4월 클린턴은 「글로벌 2000:미국교육법안」을 의회에 상정,교육수준 향상을 위한 종합계획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구상의 골자는 현재 주마다 다른 초.중.고교의 교과과정과 시험기준을 평준화함으로써 전국적으로 교육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키겠다는 것.동시에 시민교육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전인(全人)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안보=샬리카슈빌리 합참의장 지시로 각군에서 파견된 전문요원들이 21세기를 대비하는 미군의 신전략을 마련하고 있다.올 가을 1차초안이 완성될 예정.
클린턴 행정부 초기에 논의된 「윈-윈 전략」을 실전(實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동안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첨단기술을 동원해 실전에서 인적 피해를 극소화하는 방안이 골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군에서 개발된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2000 계획=77년 카터 대통령 당시 미 정부는 「글로벌 2000:대통령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는 이후8개국어로 번역돼 약 1백50만부가 팔렸다.
인구.경제.자원.환경문제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이 보고서는 미국의 장래만이 아닌 전세계의 장래를 다룬 것이지만 미국의 정책결정이 전 세계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아래 작성된 것이다.
이 작업을 계기로 「21세기 연구」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생겨났으며 당시 작업을 주도했던 제럴드 바니 박사는 이후 21세기연구소와 밀레니엄 연구소를 설립해 인류의 미래 대비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밀레니엄 소사이어티=민간차원에서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는 단체다.79년 비영리.비정치 단체로 발족,미국 워싱턴에 본부를두고 전세계로 회원을 늘려나가고 있다.
2000년 12월31일에는 전세계 24개 시간대에서 21세기진입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그때까지 적어도 1억달러의 장학기금을 모은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