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장새풍속>4.새롭게 붐 일어나는 국내 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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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8일 예술의전당에서 여덟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조각가 고정수(高正守.50)씨.소품 한점이 1천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돌이나 브론즈 조각작품 40점을 출품,60%정도가 전시기간에 팔려나갔고 나머지 작품의 상담도 진행중이어서 불황에 찌든화랑가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다.
『회화는 전시비용 뽑기가 어려운 실정인데 조각은 할만해요.신진작가 작품도 소품이 3백만원 이상으로 만만치 않지만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이 조각작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반응이 좋습니다.』 지난 5월 이후 박헌열.김호룡.김문 규등 신진조각가들의 초대전을 개최한 박영덕화랑의 말이다.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아 「회화의 누이동생」정도로 취급되던 조각작품이 최근 「효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지난달말에서 9월중에만 고정수.김창희.박용남.조성묵.김황록.
황인철.현혜성.김창기.김윤신.안진수.김성복등 중진.중견.소장조각가등 20여명의 조각전이 열렸거나 계속중일 만큼 조각전이 성황이다.10월에도 이탈리아 유학중인 여류 소장조각 가 차진수개인전등 10여건의 조각전이 준비돼 있어 조각의 우리 가을 화단에 활황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조각시장에 불기운이 느껴진 것은 지난 84년 6층 이상에 연면적 6천평방이상(서울은 11층 이상에 1만평방이상)의 건물을지을 경우 건축비의 1%이상을 미술품장식에 써야 한다는 규정이제정되고부터.88년 올림픽조각공원및 서울 근교 .지방도시의 잇따른 조각공원 개설과 부르델.로뎅.헨리 무어등 외국거장들의 한국전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하지만 환경조형물 조각작품은 5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대작 중심이어서 일반미술애호가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었다.
최근 조각작품의 인기는 소품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최근 인기조각가 K씨의 작업장을 방문,작품을 구입한 전북 김제의 미술애호가 L(57.사업)씨는 『그림은 좀 있다.이제 공간을 입체적으로 장식하고 싶다』면서 조각을 찾는 동기를 밝 혔다.
화랑 관계자들은 『회화를 어느 정도 소장한 미술애호가들이 점차 입체,즉 조각작품도 한두점쯤 갖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심리가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높이 50~60㎝미만의 아담한 크기의 보기좋은 누드상이나 연인상.부부상.가족상등 구상에 약간의 자연풍경을 가미한 수백만원대의 소품이 가장 수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유석우(柳石雨.월간 미술시대 주간)씨는 『미술시장에서의 비중이 극히 작았던 조각작품이 장기간 불황이 계속되는 화랑가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가는 추세다.
중요한 것은 70~80년대 일부 인기화가들이 상업주의에 영합,작품양산으로 미술애호가들을 식상케 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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