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日 인터넷바둑 사업권 따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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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자회사 격인 세계사이버기원㈜이 일본기원의 인터넷 대국 사업권을 따냈다. 팬더 넷 등 일본 바둑사이트들이 기득권을 앞세워 치열하게 경합했던 사업권이 일본기원 이사장까지 사임하는 등 1년여의 진통 끝에 '한국 회사'로 낙찰을 보게 된 것이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com.사진)로 잘 알려진 세계사이버기원의 박원표 대표이사는 지난 4일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올 10월에 일본에서의 대국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기원이 국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세계사이버기원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앞선 기술력 때문이다. 곽민호 세계사이버기원 공동대표는 인터넷 대국.생중계 등의 기술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한세대, 즉 5년 정도 앞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을 중심으로 한 일본기원 임원진의 열린 마음이 없었다면 이번 일은 성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토9단은 기사들의 추대로 파산설이 나도는 일본기원의 부이사장을 맡은 뒤 그동안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해 연간 20억원의 적자를 흑자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일본 인터넷 바둑사이트 팬더 넷은 유료회원이 2만명이나 되는 일본 최대 업체이고 그 사장은 일본기원 이사다. 한국 회사로서는 대적하기 힘든 상대다.

그러나 일본기원 측은 한국기원의 시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등 실정 파악에 주력한 끝에 결국 지난달 30일 기본합의서에 도장을 찍게 됐다.

세계사이버기원은 일본 내의 투자를 담당할 데라(Terra) 코퍼레이션이란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추진한다. 데라 측은 일본기원에 약 2억엔의 계약금 등을 내는 대신 기보사용 등에 독점권을 갖는다. 매출의 30%는 일본기원 몫이다.

일본은 '무료'에 익숙한 한국과 달리 인터넷 이용은 '유료'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월 사용료도 2500엔 선이어서 5000원 선인 한국에 비해 수익성도 높다. 2년 후의 예상매출액은 38억원 정도.

그러나 한국기원의 목표는 세계사이버기원을 통해 일본.중국은 물론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통합대국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일 때문에 일본을 수차례 방문했던 김인9단은 이번 계약은 그 첫발을 공식적으로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사이버기원의 대국사이트 사이버오로는 현재 회원수 65만명에 유료회원 3만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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