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 새벽까지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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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평양시 고려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환송만찬에서 남측대표 정세현 통일부 장관(왼쪽)과 북측대표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건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남북 장관급 회담이 마지막날인 7일 새벽까지도 난항을 겪었다. 북측이 5일 전체회의부터 줄곧 남북 장성급 군사당국자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내세우면서 교착상태가 계속된 것이다.

6일 환송만찬 때 현안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이어 20분간의 수석대표 단독 접촉이 있었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장성급 회담에 북측이 호응해올 경우 검토키로 한 대북 식량지원 같은 문제는 논의도 하지 못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 4주년에 맞춘 10차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선 원칙적 공감이 이뤄졌으나 합의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측은 한.미 군사연습을 공동보도문에 담자는 입장이지만 남측은 이 문제는 남북 간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북한 군부의 강경한 입김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한.미 군사훈련 중지 카드를 고집함으로써 장성급 회담 개최 날짜를 받아가려는 남측 전략에 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측 권호웅(내각 책임참사)단장이 지난 2월 13차 회담 때의 '장성급 회담 조속개최'합의를 원점으로 돌려버린 데서도 드러난다. 특히 6일 오전 실무 대표 접촉에서는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면 다른 사안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전날 군사연습 중지와 장성급 회담 개최만 연계시킨 데서 한발 나아가 남북 현안 모두를 얽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음번 회담 날짜만 잡고 이대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회담 관계자들의 우려가 나왔다. 그렇지만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되는 회담 결렬사태를 피하기 위해 7일 낮 귀환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세워두고라도 막판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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