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동궁서궁"공개한 중국 장유안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중국에서도 동성애는 오래전부터 있었어요.다만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죠.동성애를 영화로 그리는 걸 아름답다고 생각해요.권력과 성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이만한 소재도 드문 것 같고요.』 중국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동성애를 묘사한 영화 『동궁서궁』을 부산영화제에 공개한 장유안(33)감독.그의 영화는 데뷔작인 『마마』(90년)이후 『베이징의 아이들』(92),『광장』(94),『아들들』(95)이 모두 당국으로부터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모두 국제 영화제 수상작들이고 그는 94년 타임지가 선정한 「21세기를 이끌 세계의 청년 1백인」에 꼽혔다.이만하면 그의 영화세계를 짐작할 만하다.
『지금하지 않으면 안되는 얘기,지나가 버리고 마는 얘기들이 있어요.그런 걸 영화로 표현하는데 관심이 많아요.』 중국 6세대 감독을 대표하는 그의 관심은 현실이다.이전세대가 사극으로 세계영화제를 휩쓸었지만 그는 과거에는 관심이 없다.
『동궁서궁』은 동성연애자 거리를 걷다 경찰에 잡혀간 젊은 작가와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경찰관간의 동성애를 그린 작품으로 이들의 성장과정과 관계를 통해 일상에 스민 체제의 억압을묘사한다.
부산영화제에 함께 초청된 『아들들』에서는 붕괴돼 가는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펼치는 갈등을 담고 있다.
세계영화제가 장이모나 천카이거의 사극에 식상하면서 그의 영화는 「대체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대가로 그는 중국내 관객과의 대화 단절을 겪어야 했다.그러나 시대가 지나면 언젠가 상영된다는 믿음이 힘이 돼 주었다고한다. 담담한 태도가 인상적이어서 『성격이 낙천적이냐』고 묻자그는 『엄청나게 비관적인데 감정의 평형을 유지하고 환경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부산=남재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