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컴 레인 오어 컴 샤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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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음악은 다만 음악일 뿐입니다.어떤 음악이 「클래식」이 되느냐 하는 것은,우리가 아니라 다만 시간이 결정해 주는 일이지요….』 아메리칸 소프라노 실비아 맥네어의 철학은 이렇다.잘 빚은 음악이 명주(銘酒)로 남느냐,아니면 한갓 이름없는 술로 남느냐는 담는 이의 의지와 그 소산물에 대한 평판으로 결정될 터이다. 오늘날 클래식 무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고운」 소프라노의 한 사람인 맥네어.그녀가 남다른 보컬 음반을 하나 빚어냈다. 미국 작곡가 노래집을 차례대로 녹음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맥네어의 개방적인 음악관에 기인한 것이다.제롬 컨의 노래집이 성공하자 이에 용기를 얻은 맥네어와 피아니스트 앙드레 프레빈 커플은 비교적 덜 알려진 해럴드 앨런을 다음 주자로 선택한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중 「오버 더레인보우」를 머릿곡으로 해 도합 스무곡의 재즈와 클래식의 중간쯤 가는 작품들이 수록됐다.비슷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프라노돈 업쇼의 유력한 경쟁자가 될 매력적인 목소리 연 기가 태반이다. 이 앨범을 사랑하게 된다면 어쩌면 그 몫의 절반 이상은 프레빈에게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프레빈의 재즈 이해는 말 그대로 「통찰력」의 경지에 다다라 있으니 말이다.가라앉으려는 목소리를 버텨내고 범람하려는 감정을 추스리는 것은 반주 를 맡은프레빈의 따스한 건반 덕분이다.
퍽 오래전 프레빈은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와 손잡고 앨런등의 곡을 모은 『비처럼 똑바르게(RCA)』를 낸 적이 있는데,세월이 흘러 신세대 소프라노와 조우하니 감회가 새로울 듯싶다. 『컴 레인 오어 컴 샤인』.맑게 개인 날이든,궂은 날이든 넉넉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맥네어의 소박한 노래선물이다.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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