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토포럼] 탈놀이 신명에 한 해 500억 경제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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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들이 주말 상설공연을 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할미·중·양반·부네(젊은여인탈)·백정·선비·이매(바보탈)의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8일 일요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수백 명의 관광객이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도로 옆 인도를 따라 1㎞가 넘는 길을 걷고 있었다. 안동시가 하회마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올 들어 주차장과 상가를 마을과 격리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낙동강 건너편 부용대가 바라보이는 하회마을 만송정 솔밭으로 모여들었다. 카메라를 든 외국인, 아빠 무릎에 앉은 어린이, 단체관광객·연인 등이 무대를 향해 빼곡히 앉았다.

오후 3시 태평소 소리를 시작으로 탈놀이가 무대에 오른다. 흔히 하회탈춤으로 불리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주말 상설공연이다.

“이놈! 상스럽게 소 불알이라니. 안 살 테니 썩 물러가거라!”(양반)

“소 불알을 먹으면 양기에 억시기 좋습니더.”(백정)

“뭣이? 양기에 좋다! 그럼 내가 사지.”(선비)

양반과 백정·선비가 던지는 신분을 초월한 해학과 풍자가 폭소를 자아낸다. 사투리는 걸쭉하다. 할미는 쪽박 들고 객석을 돌고, 이매는 불쑥 관객을 불러낸다. 미국인 그린(67)은 “하회탈춤을 처음 봤지만 같은 탈도 신기하게 표정이 자꾸 변한다”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중앙대 정형호(55·민속학) 겸임교수는 “하회별신굿은 대사보다 몸짓 언어가 많아 외국인도 춤과 마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적당한 갈등까지 곁들여 세계인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한국 알리는 아이콘 양반탈=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회장 임형규)는 탈놀이가 전승된 하회마을에서 1997년 주말 상설공연을 시작했다. 안동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하회마을 상설공연 750여 회 등 70년대 중반 창립 이후 30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3개 국어 대본도 만들었다. 92년 일본 국민문화제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 등 16년간 30여 회 세계를 찾았다. 이제 하회별신굿은 판소리·사물놀이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찾은 것도 민속마을에다 하회탈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려대 전경욱(49·국어교육과) 교수는 “신분을 형상화한 탈의 관상은 독보적”이라며 “9개 탈 중 양반탈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매가 공연 도중 외국인 관람객과 함께 춤을 추 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세계인의 탈춤축제로=안동시는 97년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태로 축제를 만들었다. 탈춤은 세계 어느 나라나 있고 누구나 쉽게 공감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전국 1000여 가지 축제 중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했다. 그동안 95개국 외국 공연 팀이 안동을 찾았다.

이달 5일 막을 내린 축제는 관광객 105만 명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3만여 명이 찾았다. 축제 기간 풍산장터 안동한우잔치엔 7만5000명이 찾아 소 70마리분 7억원어치를 소비하는 등 여기저기서 소득도 창출됐다.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는 올해 축제에 따른 지역경제 유발 효과를 500여억원으로 추산했다.

하회탈놀이를 소재로 한 문화상품도 지평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는 하회탈을 소재로 한 꼭두각시 줄 인형을 선보였고, 올해는 인형극에 ‘굿모닝 허도령’이란 마당극도 창작됐다. 내년에는 뮤지컬 ‘탈춤’을 선보인다.

축제조직위 권두현(43) 사무처장은 “안동은 탈춤페스티벌을 통해 문화의 세기를 끌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임형규 회장은 “하회마을 상설공연을 365일 열고 탈놀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하회별신굿탈놀이=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부터 상민들이 벌여 온 탈놀이다. 별신굿은 특별한 큰 굿이란 뜻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10개 마당으로 마을 주민이 진행해왔다. 1928년 단절됐다가 73년 복원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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