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밀’ 반죽하는 식품업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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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밀 시장이 꿈틀거리자 대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이 우리밀 사업 진출했다.

하반기 들어 SPC·한국동아제분 같은 굵직한 식품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제 밀가루 시세가 급등하고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진 것이 ‘우리밀 살리기 운동’엔 호재가 됐다. 우리밀은 비싸고 씹는 맛이 거칠다는 평판에 오랜 기간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기업 진출 러시=CJ제일제당은 이달 들어 ‘우리밀 밀가루’ ‘우리밀 국수’ 등 신제품 5종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밀가루를 가장 많이 빻아내는 업체지만 우리밀 제품을 선보인 건 처음이다. 앞으로 우동·생면류로 우리밀 제품을 늘려갈 계획. 회사 측은 7일 “한국우리밀농협으로부터 2010년까지 매년 6000t의 우리밀을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우리밀 선호 분위기가 번지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우리밀 사업에 가장 발 빠르게 뛰어든 곳은 국내 최대 제빵그룹인 SPC다. 우리밀 전문 가공업체인 밀다원을 7월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과 이달에 전남 해남·강진군, 경남 하동군과 각각 우리밀 수매 협약을 했다. SPC의 정덕수 차장은 “우리밀 빵 신제품의 반응이 좋다. 제빵에 걸맞은 가공기술을 개발해 케이크·과자 같은 제품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국동아제분은 지난달 우리밀농협과 ‘우리밀 산업화를 위한 업무협정’을 맺었다. 우리밀 밀가루·빵·국수 등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2003년 처음으로 우리밀로 만든 가정용 밀가루를 출시한 사조해표는 최근 ‘우리밀 라면’과 ‘우리밀 자장면’을 내놓았다.

◆“맛·가격 모두 개선돼”=식품업계가 우리밀에 눈길을 돌리는 가장 큰 계기는 국제 곡물가 급등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맥 값이 줄기차게 오르자 제분·제빵업계 할 것 없이 안정적인 밀 공급처를 찾게 된 것. 우리밀 값이 워낙 비쌌지만 외국산 시세가 오르며 그 격차가 종전 서너 배에서 두 배 정도로 줄어 사업성이 좋아졌다. CJ제일제당의 ‘우리밀 밀가루’는 ㎏당 3500원으로 일반 수입 밀가루(1㎏에 1700~1800원)의 두 배 수준이다. GS리테일의 서일호 홍보과장은 “수입 원재료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 정도 가격 차이면 국산을 먹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가정용 우리밀 판매가 늘 것”이란 기대다.

정부가 우리밀 생산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사업 전망을 밝게 해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우리밀 재배 농가를 지원해 지난해 7000t이던 우리밀 생산량을 2017년까지 20만t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제일제당의 김동준 상무는 “우리밀 재배 면적과 공급량이 늘었다 줄었다 해서 대기업이 마음먹고 뛰어들기 힘들었다. 앞으로 정부의 진흥책이 주효하면 우리밀 조달 어려움이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밀은 색깔이 어둡고 쫄깃한 맛이 덜했지만 거듭된 품종 개량으로 빵이나 국수 만들기에 손색이 없어졌다는 평을 받는다.

우리밀농협의 김태완 생산팀장은 “요즘 재배하는 ‘금강밀’은 외국산 밀처럼 하얗고 쫄깃한 맛이다. 국내에선 겨울에 밀을 재배해 농약 걱정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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