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미국 주말마다 ‘대형사고’… 월요일이 무서운 세계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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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는 뉴욕보다 먼저 열리지만 월요일마다 덩달아 불안하다. 이씨는 “주말이 다가오면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라며 “주말 저녁이면 또 무슨 뉴스가 터질지 인터넷을 뒤지는 버릇마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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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째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는 1987년 9월 18일 뉴욕의 다우존스 평균주가가 하루에 508포인트(전일 대비 22.6%)가 폭락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그동안 미국 언론들은 이 단어를 잘 쓰지 않았다. 심리적 공포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6일 다우지수가 4년 만에 처음으로 1만 선 아래로 떨어지자 ‘블랙 먼데이’라는 단어가 주요 언론에 등장했다.

연속되는 블랙 먼데이의 시작은 지난달 15일. 역시 직전 주말의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리먼브러더스의 구제금융 요청을 거절했다. 4위 투자은행이던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리고,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도 14일 일어난 일이다. 리먼은 결국 15일 뉴욕 증시 개장 직전 파산보호 신청을 냈고, 다우지수는 504포인트나 빠졌다. 9·11 테러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다음 월요일(22일)에도 충격은 되풀이됐다. 당일 뉴욕 증시 폐장 직전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투입안이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재정적자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가는 372포인트나 하락하고 말았다.

29일엔 미 하원이 발목을 잡았다. 하원은 어렵사리 합의한 구제금융 법안을 부결시켰다. 충격은 곧장 다우지수에 미쳤다. 다우지수는 하루 동안 777포인트가 폭락했다. 뉴욕 주식시장이 개장한 이래 최대 낙폭이었다. 지난 주말(5일), 월가는 모처럼 조용했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각종 지표가 터져나왔고, 유럽 은행의 줄도산 위험 소식이 전해졌다. 6일 쏟아지는 매물에 다우지수는 결국 1만 선을 지키지 못했다.

런던 ETX캐피털의 매노즈 라드와 트레이더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랙 먼데이는 1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사건이었는데 요즘은 런던의 시내버스만큼이나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 자극 말자”=주말마다 악재가 터져나온 것은 그만큼 시장 혼란이 컸다는 방증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터져나온 다급한 이슈의 처리를 미룰 수 없다 보니 미국 정부가 주말에도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며 “시장은 이에 따라 월요일마다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아시아 시장을 의식해 주말에 대책을 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아시아 시장을 자극했다간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일요일(현지시간 3월 16일) 오후 아시아 시장 개장 직전에 대책을 내놓았다. 일요일인 지난달 7일 2000억 달러를 투입해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 시장이 무너져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악영향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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