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張의사 이름 7천8백명 진료기재-병원 엉터리 特診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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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0일 오후3시쯤 서울Y병원 지하2층 L(내과)교수 진료실.이 교수는 학회참석차 해외출장(5~15일)중이나 진료실 안에서는 지정진료(특진)자격이 없는 젊은 일반의사 C씨가 대신환자를 보고 있었다.그러나 예약환자 70여명이 진료시작 1~2분만에 나와 수납창구에서 받은 영수증에는 어김없이 특진비가 붙어 있었다.
평소에도 L교수의 특진 환자들은 각종 검사가 많은 초진(初診)때 옆방에서 다른 의사의 진료를 받고 특진비를 문다.담당 간호사는 『환자들이 너무 몰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병원 내과 H교수에게 특진 신청을 했던 崔모(68.여.경기도고양시덕양구)씨는 『세번째 진료일에야 겨우 교수 얼굴을볼 수 있었다』며 『병원이 이런 약속마저 어기고 특진비만 받는것은 환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개했다.
「특별진료」를 받지 않고 「특진비」를 내는데 대한 환자들의 불만으로 종전의 「특진」대신 「지정진료」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문제점은 점점 커지고 있다.지정진료가 큰 병원들의 전체 진료건수 가운데 70~80%를 차지하는데다 환자들이 「대리진료」를 받고도 지정 진료비를 물고 있다.지정진료비는 진찰.수술.처치 때는 의료보험수가(酬價)의 1백%,검사.마취.의학관리 때는50%까지 더 내야 하며 이는 의보대상이 아니어서 전액 환자가부담해야 한다.보건복지부 「지정진 료규칙」에 따르면 지정진료 의사는 당해연도 총 진료 건수의 70% 이상을 지정진료할 수 없다. 그러나 Y병원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전체 진료건수 1백68만건의 80%인 1백34만건을 지정진료(입원은 89%)했다.
이런 파행운영으로 최근 서울S병원에서는 지정진료 환자가 다른의사의 수술을 받다 숨졌다.또다른 S병원은 지정진료 의사가 해외출장중인데도 환자 7천8백명에게 지정진료를 한 것처럼 처리,7천3백17만원을 더 받아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 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행정쇄신위원회는 지난해 지정진료의 단계적 폐지등 개선 방침을 마련했으나 병원들의 반발에 밀려 별 진척이 없다.병원협회는 『보험수가가 너무 낮은 현실에서 전체 병원수입의 10%에 달하는 지정진료비를 대책없이 없애라는 것은 병원문을 닫으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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