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南美 열린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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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4일 페루방문으로 끝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중남미(中南美)순방은 앞으로 이 지역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발판을 마련했다.金대통령의 이 지역순방이 우리에게 고무적인 것은 방문국들이 보여준 태도다.보기 드물게 따뜻한 환대와 적극적협력자세를 보여준 것은 그만큼 우리와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기대이기도 하다.
우리와 중남미국가들의 협력관계가 외교.경제.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고루 발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그러나 양자관계의 한계로 봐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다.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또 문화적 근접성이 희 박하기 때문에 우리와 중남미가 당장 역점을 두고 실질적 협력관계를 강화할수 있는 부문은 경제분야다.실제로 金대통령의 이번 방문도 이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고 방문국에서도 이 부문의 협력을 기대하고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와 중남미국가들은 여러가지 합의를이끌어냈다.그 중에서 중미(中美)국가들과의 대화협의체 구성,남미(南美)의 중심국가들로 구성된 리우그룹과의 대화협의체구성을 비롯해 남미공동시장과의 협력증진 등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은주목할만한 일이다.대외시장개척의 한계를 맞았던 우리로서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씨앗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또 항공협정이나 과학기술협정 등 여러가지 협정을 비롯해 투자및 통상확대방안 등 구체적 합 의사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그러나 이는 앞으로 실질적 협력강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일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느냐에 성패가달려 있다.
이 지역은 미국을 비롯,유럽.일본 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씨앗을 뿌리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다.단기적 방문성과가 고무적이라 해서 뒤늦게 진출한 우리에게호락호락하게 열릴 시장은 아니다.정부와 경제계 등 민간부문이 합심,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하게 준비해 이번에 뿌린 씨앗이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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