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奈良)에서 "...명징한 美의 세계"展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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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에 있는 조선시대 초기 회화작품을 절반 이상 끌어낸 전시가 일본 나라(奈良)에서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간사이(關西)지방을 대표하는 기업 긴테쓰가 세운 야마토분카칸(大和文華館)이 지난달 29일부터 한달간 열고 있는「이조회화-이웃나라의 명징한 미의 세계」전(29일까지).78년 고려불화전을 열어 안팎의 주목을 끌었던 이 미술관의 이번 조선회화전은 73년부터 시작한 한국회화특별전을 마무리하는 성격의 전시.
기획의 포인트는 고미술품으로서가 아닌 작품 자체의 미를 음미하는 예술작품 회화,즉「감상화」로서의 조선시대 회화를 소개한 것.일본에서 한국미술은 도자기가 전부인 것처럼 여겨왔고 최근 그림으로 관심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고려불화 외에는 통신사 관련기록화나 민화 정도로 정통의 감상화에서는 벗어난 것이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한국회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이 전시에는 일본문화청.도쿄국립박물관.교토국립박물관.교토고려미술관.도쿄일본민예관등 다양한 소장처에서 모은 산수.인물.화조등 5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이 가운데 조선초기 문인인 김현성(金玄成:1 542~1621)의 찬(贊)이 들어 있는 일본문화청 소장의『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병풍을 시작으로 안견(安堅:1410~?)작품으로 전해지는 『연사모종도(煙寺暮鐘圖)』『평사낙안도(平沙落雁圖)』『어촌낙조도(漁村落照圖)』,양팽손(梁彭孫: 1488~1545)의 작품으로 보이는『호렵도』등 조선조 초기작품으로 분류된 작품이 절반 가량 들어 있다.
조선시대 초기작품은 국내에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고 일본에 알려져 있는 한국회화 6백여점 중에서도 조선초기에 속하는작품은 50여점 남짓.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번에 소개된 셈이다. 중기작품으로는 최명룡(崔命龍:16~17세기)의『산수화』와 이정(李霆)의『묵죽도』등이 있고 후기작품으로는 김홍도(金弘道)의 풍속화와 정선(鄭)의『산수도첩』,심사정(沈師正)의『산수화』등이 눈에 띈다.징검다리식으로 건너뛰고 있지만 일본 에서 한국그림의 흐름을 대강이나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전시로 꼽을 만하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일본에서 그 동안 중국 또는 일본작품으로 전했던 작품을 조선시대 작품으로 새로 자리매김한 점.대표적인 게 일본 무로마치시대에 활약한 소아미(相阿彌)의 작품으로 알려져온『산수화』,중국 송나라의 미우인(米友仁)작품으 로 전해온 산수화 3폭과 조세쓰(如雪)의 작품으로 전해졌던 산수화,이공린(李公麟:북송시대)작품으로 전했던 『맹호도』,송말원초의 중국승려 일관(日觀)의 그림이라던『포도도』등이 이번에 모두 조선시대작품이라는 자격을 새로 얻었다.
예를 들어 소아미의 『산수화』에 대해『다소 기이하게 보이는 소나무,모래톱의 나무,기러기가 날고 있는 모습,돛의 처리등이 소아미나 그 주변의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조선작품으로 재평가한 이유를 달았다.『비록 기록이 남아 있더라도 그림의 분위기가 7대3이나 6대4 정도로 한국적이라면 한국작품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전시를 기획한 요시다 히로시(吉田宏志)학예부장의 말이다.
일본에서 한국그림 연구는 연구자수는 몇 안되지만 철저하게 비교연구의 시각에 서있다.일본에 중국그림들이 많이 전해지는 사정도 이런 연구가 가능하도록 뒷받침해 주고 있다.따라서 이번 전시는 중국.일본그림과 비교하면서 조선시대 그림의 폭을 넓게 잡고 있는 게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도쿄=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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