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사회복지관.가족상담교육硏,'부부대화법' 프로그램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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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것은 부부사이도 마찬가지.한마디말로 그때그때 어루만져 주면 충분했을 것이 쌓이고 쌓이다 급기야 폭발하곤 한다.
이미 갈라서기로 합의한 지경만 아니라면 부부들에게 유용한 대화법을 배워둠직하다.이화여대 사회복지관의 「부부의사소통 교육프로그램」((02)360-2597),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02)523-4230)의 「부부대화법」이 그것.
이들 프로그램이 주력하는 것은 갈등해결을 위한 대화법.우리나라 부부들의 대화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말하기. 『의사소통 유형을 분류하면 대부분의 남편은 말로든,행동으로든 정서 자체를 드러내지 않는 「차단형」에 속하지요.반대로 아내들은 정서표출 정도는 높지만 언어로 표현하는 정도는 낮은 「억제형」이에요.소위 토라진다거나 문을 「쾅」 닫는 따위로 정서를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관 최정숙(崔貞淑)사회복지사는 『아내들은 정서표현 욕구를 갖고 있다가도 남편들의무덤덤한 태도에 자존심이 상해 마찬가지로 말문을 닫아버리곤 한다』고 덧붙이면서 『정서표현 정도도 높고,특히 언어화의 정도도높은 「개 방형」을 부부대화 유형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권한다.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최규련(崔圭蓮.수원대 가정관리학과)교수는 남편과 아내가 감각정보-사고-감정-소망-행동이 칸칸이나뉘어 그려진 「말하기」매트위에 교대로 올라서서 말하도록 지시한다. 예를 들어 오늘의 문제는 남편의 늦은 귀가.보통 「억제형」 아내는 자정넘어 귀가한 남편을 말없이 째려보다 안방문을 쾅 닫아버리고 말지만 崔교수는 「당신,요즘 자주 늦네요(사실,즉 감각정보)-내 생각엔 당신이 요즘 가정에 소홀해진 것같아(아내의 사고)서운하네요(아내의 감정)-좀 일찍 들어오거나 늦더라도 미리 잡힌 약속이면 아침에 먼저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아내의 소망)」하는 식의 말하기 순서를 훈련시킨다.
문제가 되고있는 사실,자신의 생각,감정,상대에 대한 바람을 각각 구별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문제해결이 한결 쉬워진다는 것이다. 물론 한사람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배우자가 「말하기」매트위에 서있는 동안 다른 배우자는 「듣기」매트위에 서서 제 역할을 한다.「듣기」매트에는 듣는 동안엔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따위의 상대 「인정하기」,다듣고 난 후에는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하는 「요약하기」 같은 올바른 듣기 순서와 「타임아웃」칸이 마련돼 있다.
상대방의 신랄한 발언에 정말 화가 나거나 집요한 추궁에 지쳤을때,어느 한 쪽이 「타임아웃」위에 올라서면 그것으로 잠깐 휴식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이 매트 위에선 부부싸움이 마치 규칙있는 운동경기처럼 변해버린다.
崔교수는 『부부사이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부부 사이에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문제를 택해 갈등을 창조적으로 푸는방법,부부싸움을 생산적으로 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초 나란히 시작된 두 강좌는 공교롭게도 모두 70년대초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부부당 수강료는 8만~10만원인데 한번에 5~6쌍의 부부만이집단강좌 형태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늘 대기자가 기다리는 형편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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