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주식시장이나 금융 시스템에 비유해 보면 어떨까. 놀랍도록 비슷하다. 이번 미국 위기가 딱 그렇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월가 금융사들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첫 단계인 ‘부정’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태가 커지자 “정책 당국은 뭐 하느냐”는 불만과 분노가 쏟아졌다. 올 3월 JP모건에 넘어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주주들은 “너무 싸게 팔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분노와 반발이 가라앉자 ‘협상’이 찾아왔다. 부실이 심한 극소수 회사만 정리하면 사태가 수습될 거란 기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메릴린치·리먼브러더스가 주저앉고 AIG마저 흔들리면서 기대마저 물거품이 됐다. 마지막은 수용이다. 월가와 미국민들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여야 했다.
퀴블러-로스는 자신의 이론이 직업·재산을 잃게 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했다. 올해 주식·펀드 투자로 큰 손해를 본 사람도 비슷한 단계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펀드를 권한 은행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고, 왕창 투자한 남편·아내가 꼴 보기 싫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손해를 만회할 방법은 딱 하나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거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런 버핏도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5~10년을 내다보면 지금이 주식을 살 때지만 한 달 뒤나 반년 뒤 주가는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투자자가 겪을 고통은 결코 작지 않다. 마음의 짐이 너무 무겁다면 조금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다. 주가가 그나마 나을 때 부분 환매하면 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환매한 만큼 손실이 확정되지만 심리적 부담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액을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중에 주가가 올랐을 때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겪을 심적 고통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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