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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정치] 문상은 ‘권력 가늠자’ … YS 건재함 보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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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주 대한민국 정가의 눈과 귀는 남해안의 마산으로 쏠렸습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선친인 홍조 옹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병원 말입니다. 5일장을 치렀는데 조문기간에 다녀간 사람이 7000여 명이었습니다. 한 전직 관료가 김해공항에 도착, 택시를 타고 병원 이름을 대니 운전기사가 “오늘만 13번째입니다”라고 했다는군요.

홍조 옹이 천수를 다 누려서인지 병원 분위기는 침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빈소 옆에 붙은 별실에선 묘한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그곳엔 YS가 있었습니다. YS 옆자리는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의 정·관·재계를 주름잡았던 ‘거물’들의 차지였습니다. 오랜만에 ‘문상정치’의 큰 판이 벌어진 셈입니다.

조문은 우리 고유의 예법이지만 정치인에게 문상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정승 죽은 데는 안 가도 정승 집 견공 죽은 데는 간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문상 자체가 ‘권력’의 향배를 가늠하는 정치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YS는 정치권에서 물러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문상객 대부분은 YS와 홍조 옹에 대한 추억도 회고했지만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눴습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정길 대통령실장,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현 정권의 실세들이 YS를 찾아 깍듯한 예를 갖췄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5일간 “정국의 핵은 YS”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문상정치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화해’입니다. 망자 앞에선 겸손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마산에서도 다양한 화해의 몸짓이 오갔습니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올드보이’들도 오랜만에 얼굴을 맞댔습니다. 홍인길 전 의원과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 김기수 현 비서실장 등 상도동계 인사들이 빈소를 지키는 동안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마산을 찾았습니다. 권노갑·김상현 전 의원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오랜만에 YS와 민주화운동, 야당 생활을 함께하던 시간을 회고했습니다. 잠시였지만 YS와 DJ의 수십 년간 이어진 ‘전쟁’이 휴전 모드로 돌입하는 듯했습니다.

YS가 지난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소원해졌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관계도 박 전 대표의 문상으로 다소 누그러진 듯합니다. 6년 전인 2002년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선을 코앞에 둔 11월 이 총재의 부친인 홍규 옹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 총재(당시는 한나라당 총재)의 부친 빈소는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일각에서 이 총재 부친의 전력 논란이 일고, 이 총재는 다수 정치권 인사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던 때였습니다. 당내에선 “앉아서 200만 표를 벌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총재는 장례가 끝난 뒤 빈소를 찾았던 이들을 답방하고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김종필 전 총리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혹자들은 이때의 판단이 이 총재가 대선에서 패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들 합니다.

2006년 10월엔 광주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홍남순 변호사가 타계했습니다.

당시 대권 주자로 뛰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앞다퉈 광주를 찾았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대선을 앞둔 호남 구애”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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