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눈물의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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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서울 목동의 한 패밀리레스토랑 점심시간. 200㎡ 남짓의 널찍한 매장에 다섯 테이블에만 손님이 찼을 뿐이었다. 한쪽에 마련된 샐러드 바에는 찾는 이가 적어 오후 1시가 지나도록 음식이 3분의 2 이상 남아 있었다. 직원에게 손님이 뜸한 이유를 묻자 “요즘 경기 때문에 패밀리레스토랑이 다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손님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한 끼 식사가 1만~2만원대인 패밀리레스토랑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서울 대치동의 피자헛은 요즘 점심시간이 바쁘다. 지난달 중순부터 6000원대 점심 메뉴를 늘려 내놓으며 직장인 손님이 20%가량 늘었다. 이 회사는 미니 피자 8가지, 파스타 5가지를 6000원에 먹을 수 있는 ‘스마트 런치’를 확대해 내놨다. 피자 한 판이 2만원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가격대다. 박진영 마케팅팀 과장은 “불경기에 손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심하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들이 ‘눈물의 세일’을 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 업계가 대표적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1000원짜리 햄버거가 나오던 외환위기 당시가 연상될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이미지 관리상 대놓고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업체는 공짜 메뉴 행사로 손님 끌기에 나섰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이달부터 점심엔 샐러드바 값(1만7800원)에 1000원만 더해도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게끔 했다. 폭립을 포장해 가는 손님에겐 값을 10% 깎아준다. TGIF는 지난달부터 저녁에도 점심시간과 같은 가격에 세트메뉴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메뉴 가격에 2000~3000원만 추가하면 수프·샐러드·튀김 등 다섯 가지 메뉴를 곁들여 내주는 것이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권형준 부장은 “부식비·유류비 같은 생활비가 오르면 소비자가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외식비”라며 “할인을 해서라도 손님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한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는 “지금의 할인 행사는 전초전일 뿐 앞으로 메뉴 가격을 내리는 업체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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