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내 생각은…

등록금 인상 반대 본관 점거는 무리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 1월 전국의 각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인상안에 대해 각 학생회에서는 본관 점거와 같은 시위를 하거나 학교와 협상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 측은 9.54%의 인상안을 발표했고, 총학생회 산하기구에서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을 하기도 했으나 학교 당국의 압력으로 무산됐다. 그리고 3월 31일 학생총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에 대한 본관 점거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재적 수 계산 오류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으나 결국 본관 점거는 가결됐다. 그날 밤 학생들은 유리창을 깨거나 문을 강제로 열어 본관을 점거했다.

처음 며칠간은 학생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날이 갈수록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해져 본관을 점거한 지 한달 정도 지난 지금, 학생들은 이제 거의 관심이 없다. 그리고 학생회는 5월에 있을 농활과 대동제(봄축제)를 준비하는 시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생회와 단대학생회.총여학생회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갑작스럽게 등록금 협상안을 내놓았다.

처음부터 몇몇 학생은 본관 점거가 4월 말께가 되면 농활.축제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학생회에서는 등록금이 동결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는데, 왜 농활과 축제를 앞둔 시점에서 급속히 협상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중운위와 학교 측이 협상한 인상률은 본관 점거를 하지 않고도 대화를 통해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협상만으로 지금과 비슷하게 인상률을 조정했었다. 한달 동안 본관을 점거해 끼친 손해에 비해 잘한 협상이라고 볼 수 없으며, 결국 본관 점거 참여로 인한 학생들의 학업 지장, 학교 측의 업무 마비, 학교 이미지 훼손이라는 결과만 낳았다.

본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먼저 본관 점거가 가결됐던 학생총회 참여자의 대다수가 대학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신입생들이었고, 본관 점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또 본관 점거가 학생총회를 통해 이뤄진 것이지만, 밤늦게 열린 학생총회에 많은 학생이 참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10분의 1 정도의 숫자로 결정된 일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학생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본관 점거 기간에 노래대회를 하고 영화를 상영했다. 심지어 본관 앞에 큰 무대를 설치해 가수를 초청하거나 댄스동아리가 춤을 추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려고 본관을 점거한 것이 아니라 본관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마음껏 놀고 싶어서 했던 것처럼 보였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등록금 인상고지를 한 것도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지만, 그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방식도 옳지 못했다. 섣부른 무력 사용은 정당성을 잃어버릴 수 있고, 본관 점거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을 때 그 효력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본관 점거가 학생들의 권리를 표출하는 행동의 한 수단이지만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돼야 할 것이다.

안석훈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