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대왕' 꿈꾸는 中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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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김운영 사장이 자신이 만든 냄비에 이상은 없는 지 살펴보고 있다.

"주방용품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홍콩.중국을 무대로 냄비.프라이팬 등을 만들어 내는 실버스타의 김운영(金澐泳.49)사장은 "한국이 주방용품 생산 기지를 중국에 빼앗겼으나 신제품 개발과 유통망 구축을 통해 중국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金사장은 5년 전 중국 광둥(廣東)성 장먼(江門)에 5백만달러(약 60억원)를 투자해 주방용품 업체를 경영하는 동포 기업인.

1977년부터 제일합섬.유원건설에서 일하다 87년 홍콩에서 독립해 연간 매출액 3000만달러를 올리는 중견 기업을 일궈냈다.

한국의 지난해 주방용품 수출액이 9892만달러(수입 6374만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그의 사업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장먼에 1000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냄비 공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7곳의 하청 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연간 700만개의 냄비를 만들어 낸다. 金사장은 "고급 제품의 생산설비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라고 말했다.

실버스타는 지난해 홍콩.말레이시아 시장을 각각 30%와 60%씩 차지하는 강자로 떠올랐다. 미국.중국은 실버스타의 고유 브랜드로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한대에 3억원짜리 초고압 접착기 등 첨단 설비를 가동 중이다. 향후 3년 이내에 중국의 직영매장을 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金사장은 "냄비는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하고 3D 업종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싼 국가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며 "한국 주부들이 즐겨찾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십중팔구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金사장이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냄비 보따리를 짊어진 채 지하철을 타고 시장 바닥을 쫓아다녔다.

98년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물건을 만들다가 연 1500만달러의 주문을 줬던 바이어가 갑자기 발길을 돌려 부도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金사장은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하나는 OEM을 줄이면서 고유 브랜드 비율(현재 25%)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시장의 유행을 민감하게 파악하면서 생산.유통을 동시에 장악하는 것이다. 세계적 브랜드로 통하는 오네이다와 월마트.카르푸 등 1000곳이 넘는 바이어들을 직접 상대한다.

金사장은 한국 정부가 동포 기업을 푸대접하는 데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실버스타가 쓰는 원자재의 70%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해외 동포 기업에도 좀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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