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펴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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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종용(尹鍾龍.60)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 경제가 변곡점에 서 있을 때마다 특유의 메시지를 꺼낸다. 그는 1990년 대표이사가 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우동 한그릇'이란 책을 나눠준 적이 있다. 가장을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한 일본인 가족이 힘을 합쳐 재기한다는 줄거리를 담은 책이다. 일본 열도를 울린 이 책을 그는 외환위기 때와 2002년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리던 해에 나눠줬다. 초심을 잃지 않고 뭉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尹부회장이 이번엔 입사 후 40여년간 경영 현장에서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메모해뒀다가 책으로 펴내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초일류로 가는 생각'이라는 제목의 이 책자는 400여쪽 분량으로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초일류로 가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尹부회장은 이 책을 내기 위해 여러 해 준비를 했다"며 "시판하거나 외부에 배포하지 않는 순수한 사내용으로, 먼저 부장급까지 나눠줬고 지난주부터는 과장들에게도 배포했다"고 말했다.

尹부회장은 이 책에서 경영자와 관리자의 조건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회사의 리더는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을 지녀야 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추진할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재를 아끼고 현장 사정에 밝아야 하며 계수를 분석하는 능력과 국제감각을 두루 갖춰야 경영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는 현재 일류에서 초일류로 도약하기 위한 큰 변곡점에 서 있다고 서술했다. 그는 "미래는 예측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며, 초일류는 미래를 창조하는 자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尹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66년 삼성그룹에 입사했으며 90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에 오른 뒤 삼성전기 대표, 삼성전관 대표 등을 거쳐 99년 말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2003년 세계 최고경영자' 17명 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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