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컴퓨터로 남측 연예인 사진을 보여줬더니 감시요원이 '황색바람'(자본주의적 요소)은 걷어치우라우'라고 소리를 질러 분위기가 썰렁해졌지요."
북한 기술자들에게 정보기술(IT)교육을 하고 있는 국내의 한 기업 관계자가 2001년에 겪었던 일이다.
그러나 그는 "1년여가 지나자 그런 '의혹의 눈초리'는 없어지고 교육생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인들을 해외에 파견해 컴퓨터.농업 등 각 분야에서 전문 기술을 습득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했다. 대상국은 미국.중국을 비롯해 호주.베트남 등 수십개국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초보 수준이라는 게 전반적 평가다. 하나비즈닷컴의 문광승 대표는 "북측 경제인들은 수요자.사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마인드가 부족하고, 상품을 왜 TV를 통해 광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전임연구원은 "남북한 기술인력의 수준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앞으로 남북 경협이 확대되더라도 북측에서 적절한 인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인력 교육에 나서야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으면서 실현 가능성이 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이나 경제 관련 서적의 지원과 개성특구에 직업훈련원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김일성종합대학 중앙도서관을 방문했던 대북 민간 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술.경제 서적 중 대부분이 80년대에 발행된 것이고, 가장 최신 책이 92년에 발행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런 탓인지 북한은 최근 우리 측 지원단체에 과학기술 서적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해오고 있다.
북한과 IT 관련 서적 번역사업을 진행 중인 영진닷컴 등은 우리의 국립중앙도서관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대학습당에 이 회사가 출간한 IT 관련 서적 1만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상진 사장은 "남한에선 IT 관련 책들이 출판된 지 1년 정도 지나면 소비자들에게서 외면당한다"면서 "이런 책들을 북한에 제공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서적의 지원은 북한 당국이 IT 인력 개발에 강력한 의지가 있음을 감안할 때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기업이 개성공단 등 북한 지역에 진출할 때 고용하는 북한 인력의 노동생산성은 사업의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 북한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수로 건설 공사에서 일했던 북한 근로자의 평균 노동생산성은 남한 근로자의 36%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성공단 등에 직업훈련원을 정부 차원에서 건립, 북한 근로자들에게 해당 분야의 기술이나 무역 실무 등을 가르친다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성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실무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시설과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개성.신의주특구 등지에 직업훈련원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통일문화연구소 이동현 전문위원, 정창현.고수석.정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