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決死항전 속으론 內部단속-이라크 戰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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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차례에 걸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는 예상대로 「대미(對美)항전(抗戰)」의지를 강력히 천명했으나 아직까진 이렇다할 대미 보복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하기야 지난 91년 걸프전때처럼 지상군이 격돌하는 전장(戰場)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장 이라크가 공격을 가할 뚜렷한 군사목표도 없다.다만 이라크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통한 강력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완전히 철 수하지 않은채 오히려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소극적인 항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대미 보복은 직접적인 군사행동외에 테러등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 언제 어떻게 이번 사태가 확전(擴戰)으로 치달을지 가늠할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전문가들은 어쨌든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미국의 미사일시위에 쉽게 굴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은 미국의 두차례 공습이 국제적으로 이렇다할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석유수출 재개를 둘러싸고 송유관을 안전확보하려는 이라크의 입장이 훨씬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반영하듯 3일의 첫번째 미사일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군은 쿠르드족 거점도시인 아르빌에서 겉으로만 철수했을 뿐 상당수의 보안요원이 여전히 거리 곳곳을 순찰하는등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의 국제구호요원들은전하고 있다.
또 아르빌 남쪽 칼라르와 키프리 지역도 이라크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으며,친이란계 쿠르드애국동맹(PUK)당원에 대한 검거도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후세인은 일단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동조」속에서 이라크북부 쿠르드 지역의 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해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의 비행금지구역 확대가 이 지역에서 이라크군의 실질지배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군사전략상의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즉 후세인은 40만명에 대한 지상군과 2천2백여대에 달하는 탱크등 막강한 육상전력을 이용,쿠르드족 자치지역에 대한 장악은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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