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군소欺戰 때아닌 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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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군소기전을 노려라!』 바야흐로 세계대회 시대에 찬밥 신세를면치 못하던 국내 군소기전의 주가가 갑자기 폭등하고 있다.
국내 기전은 무려 14개.이중 하나만 우승하면 1년 동안은 굵직한 대국료가 보장되는 모든 세계대회의 본선에 자동으로 진출하는 전천후 시드권을 얻을 수 있다.국내에서 가장 작은 기전은우승상금이 8백만원에 불과하지만 그 프리미엄은 5천만~1억원을호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창호(李昌鎬).조훈현(曺薰鉉).유창혁(劉昌赫)의 3중 방어막을 뚫고 타이틀을 따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따라서 이들이 가끔 불참하거나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는 군소기전을노려 한번만 성공하면 1년간은 돈과 명예가 보장 된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기원이 시행하고 있는 세계대회 출전 규정에 따르면「타이틀 보유자」는 모든 세계대회에서 0순위다.바로 이창호.조훈현.유창혁 3명이다.
그다음은 누가 나갈 것이냐를 놓고 암중의 논쟁이 치열했다.사실 프로들의 소득은 세계대회 출전 여부가 크게 좌우한다.국가대항전인 진로배의 경우 지난 4년간 5명의 엔트리에 끼기만 하면2천만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됐다.
결국 해외수입을 뺀 「지난해 국내기전 대국료및 상금랭킹」으로1차순위를 정했다.
15위까지를 선발한 다음 타이틀이 없는 기사들은 「돌아가며」나간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드가 5명이면 5등까지 나가는 철저한 서열 위주였으나 프로기사회가 『타이틀 보유자를 빼면 15등까지는 실력이 그게 그거니까 돌아가며 나가자』 고 주장해 최근 이를 관철했다.
제1회 삼성화재배의 본선시드는 7명.따라서 1~7위까지 나간다. 요즘 예선전을 벌이고 있는 제8기 동양증권배는 굉장히 복잡하다.이창호9단은 지난해 우승자,조훈현9단은 지난해 4강이기에 본선 2회전에 이미 진출해 있다.이외에 한국에 배정된 본선시드는 7명.
따라서 타이틀 보유자인 유창혁9단과 8위(徐能旭9단)부터 본선에 나간다.롯데배에 나간 목진석(睦鎭錫)2단과 군에 간 윤성현(尹盛鉉)5단을 빼고 15위인 장수영(張秀英)9단까지 출전한다.대신 4~7위까지는 삼성화재배에 이미 나갔으므 로 예선에 나가야 한다.
어찌 보면 이상한 규정이지만 원인은 한가지.세계대회에 돈이 많이 걸린 탓이다.시원하게 괴로움을 벗어나려면 오직 타이틀을 따내는 수밖에 없고 이래서 군소기전의 주가는 더욱 폭등하게 될것같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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