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 넣은 동물사료로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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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연 CTC바이오 대표는 2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 지금은 매출 567억원짜리 회사로 키웠다.

이코노미스트 창업 비용은 단돈 2500만원, 초창기 사무실은 9㎡ 규모의 조그만 지하실 방, 1993년 창업 이후 6개월간 매출실적 0원…. 실낱 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이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은 422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567억원에 달한다.

수출만 100억원 … 개량신약 앞세워 1조2천억원 유럽시장 진출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청 공동기획 ‘혁신의 현장’ ⑨CTC바이오

‘처음은 미약했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욥기 성경구절을 몸소 보여주며 성공스토리를 활짝 열고 있는 회사는 바로 CTC바이오다. 93년 동물사료 유통업으로 출발한 CTC바이오는 ‘혁신’을 무기로 성장을 거듭했다.

국내 동물사료 시장을 ‘효소’ 중심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동물사료 시장은 효소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만 유통됐다. 사료에 효소를 넣는다는 것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부족한 영양분은 효소 대신 항생제로 메우면 된다는 게 정설이었던 것.

그러나 조호연(50) CTC바이오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주사로 항생제를 투입하면 아무래도 간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료에 효소를 넣는 게 훨씬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97년 말부터 그는 김성린(50) 공동대표와 함께 해외 방방곡곡을 뒤지고 다녔다.

효소가 첨가된 사료를 직접 수입해 유통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때, 국내 사료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해 경영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던 것. 반대로 밀 가격은 폭락했지만 아쉽게도 이를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사람도 탈이 나잖아요. 밀을 사료 원료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원가절감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는데, 누구도 이를 실현할 수 없었습니다.”조 대표는 유럽 다니스코사가 ‘밀에 효소를 첨가해 사료를 만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밀의 불소화 성분을 효소로 희석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 CTC바이오는 곧장 다니스코와 유통계약을 체결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조 대표는 “사료시장은 값싼 밀 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크게 환영했다”며 “이를 계기로 국내 사료시장에 효소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밝혔다. 외환위기로 대기업조차 자금난에 시달리던 98년, 이 회사는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테면 마인드 혁신이 CTC바이오의 성장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1% 부족했다. “기술혁신이 필요했습니다. 남들 것 받아서 유통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고 할 수 없었죠.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이를 위해 CTC바이오는 사료생산시설(99년 김해공장, 2000년 화성공장) 구축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효소가 들어간 사료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 끝에 출시된 제품이 CTC자임이다. 이는 쉽게 말해 값싼 열대작물 추출물을 이용해 만든 사료다. 그 결과 사료 t당 7000원 가까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옥수수·밀 등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때, 최상의 사료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조 대표는 CTC자임의 세계화를 모색했다. 경쟁사는 미국 캠젠.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버거운 싸움’이라고 했지만 정작 조 대표는 자신만만했다고 한다.

“캠젠 제품은 열에 약하고, 원가가 높았습니다. 우리 제품이 g당 5원이었지만 캠젠은 10원을 훌쩍 넘었죠. 제품의 질뿐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승부를 걸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조 대표 예상대로 CTC바이오는 2006년 유대인 회사 카길과 공급계약을 하는 개가를 올렸다. 전 세계 곡물의 40% 이상을 공급하는 카길과의 계약은 CTC바이오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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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뿐 아니라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대만·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올해 초엔 전 세계 80여 개 지사를 보유하고 있는 노보스사와 공급계약에 성공했다. 조 대표는 “2008년 CTC자임의 목표 매출액은 88억원인데, 이 중 50억원이 해외 수출”이라며 “노보스와의 공급체결로 수출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엔 120억원, 2010년엔 147억원의 수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TC바이오에 CTC자임은 효자 제품이자 글로벌 히트상품인 셈이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제2, 제3의 혁신을 통해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CTC바이오가 연구개발(R&D)투자를 아끼지 않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이 회사의 연간 연구비는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50억원에 달한다.

연구개발 인원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화성공장 상주인원 60명 중 연구원이 50명에 이를 정도다. 이 때문인지 CTC바이오는 혁신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개량신약으론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넥시움’이 눈에 띈다. CTC바이오는 SK케미칼과 함께 넥시움 개량신약을 유럽연합(EU)에 공급할 계획이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인 1알 무좀치료제(200㎎ 함유) ‘이트라코나졸’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기존 무좀치료제는 100㎎짜리 알약 2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CTC바이오가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그리스신화의 건강 여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유산균 건강식품 ‘히게이아’도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조 대표는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g당 150억 마리가 함유된 유산균 건강식품을 만들어냈다”며 “g당 30억 마리가 들어있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2006년부터 부산대와 산학협동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석유부산물의 자원화 프로젝트’도 기대를 받고 있다. “석유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자원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좋습니다. 조만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CTC바이오의 비전은 ‘Jump up 1234’다. 2010년까지 매출 1000억원과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고, 히트상품 30개, 글로벌 제품 4개를 보유하자는 야심 찬 포부다. CTC 사명에 숨겨진 변화(Change)·시도(Try)·도전(Challenge)이 적극 반영된 비전이다.

이 회사의 ‘건강 진단’

“영업이익률 꾸준히 올라 추가 성장 기대”

CTC바이오는 1995년 12월 설립돼 2002년 2월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약품 제조 및 판매 기업으로, 2008년 9월 18일 현재 시가총액은 422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567억원으로 전기에 비해 증가율이 27%에 달하며, 2008년 상반기 매출만 310억원으로 전반기 대비 11% 증가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기까지 63~64%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하던 제품원가율이 2008년 반기 들어 60%로 하락함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전기 3%에서 당 반기 8%로 크게 개선돼 향후 추가성장이 기대된다.

올 6월 말 현재 부채비율은 32%로 전기 말의 17%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으나, 이는 기계장치 및 건물 등의 투자확대와 원재료 확보를 위한 재고매입 증가가 주요인이다. 6월 말 현재 회사의 장단기 차입금은 108억원이다. 차입금 상환 부담이 있긴 하나, 계속적인 매출 성장과 원가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종의 특성상 생균제 등 신약 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액의 6%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대차대조표상의 개발비는 24억원이다.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는 향후 회사의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본 의견은 기업의 공시자료 등을 기초로 작성했으며, 삼일회계법인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 시에는 전문가와 상의 바랍니다).

손지원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이윤찬 기자·chan48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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