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개원 10돌 에너지경제硏 신정식 원장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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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에너지문제는 지금까지는 「자원고갈(枯渴)의 문제」로만 인식돼왔다.그러나 요즘은 어딜가나 「환경」이다.국토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환경제약여건을 더욱 생각해야 할 입장이다.결국 에너지원(源)의 97% 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 에너지산업구조에 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양(量)적인 문제에 질(質)적인 문제가 겹쳐져 「어디서 어떤 가격으로 어떤 에너지를 수입해 와야 하는가」 하는 결정에 「환경제약이 가장 적은 에너지가 무엇인가 」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것이다.21세기는 또 국경없는 에너지 전쟁시대다.환경시대에 적응하려는 정부 노력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밖에 안되고 에너지부문종합대책은 겉돌고 있다.2일 개원 10주년을 맞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같이 복잡 한 에너지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싱크탱크다.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기초가 되는 장.단기 에너지수급계획,에너지산업 효율화를 위한 규제완화,가격정책등 에너지문제 전반을 다루고 있다.현 원장 신정식(辛廷植.45) 박사는 서울대 상대를 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공공재정학을 전공했고 85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전신인 동력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입소해 그동안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실장,기획조정실장등을 거쳐 작년 9월 제4대 원장으로 취임했다.그를 만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실상,향후 대책방향등을 들어봤다.
陰=먼저 개원 10주년을 축하합니다.요즘 에너지문제가 일반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는 느낌입니다.그러나 에너지는 물.식량과 함께 인류가 살아가는데 필수요소가 아닙니까.연구원이야 밤낮으로 에너지 연구를 하시겠지만 요즘은 주로 어디 에 주력하고계십니까.
辛=석유.가스.전력.석탄등 에너지원(源) 모두에 대한 수요분석.시장조사.공급정책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에너지의 중요성은 말씀대로 입니다.요즘 한창 「물걱정」을 하고 계십니다만 사실 물값의 상당분은 전기값입니다.더구나 물은 우리 나라에 자원이 있는 것이구요.에너지 절약방안,에너지 환경문제가 요즘 특히부각되고 있어 원장 취임이래 그 분야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陰=우선 전력얘기부터 하죠.올여름 날씨도 더웠고 원자력발전소가 2기(基)나 동시에 가동이 중단되는등 전력사정이 심각했습니다만 다행히 공급중단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90년대들어 여름만 되면 이같은 「전력위기」가 되풀이되고 있는 데 그원인을 분석해 주시죠.
辛=우리나라 전력사정은 한 때 공급과잉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풍부한 적이 있었습니다.그런 전력공급 사정이 요즘 급격히 나빠진데는 이유가 있습니다.80년대초 전기가 너무 남아 돌자 80년대 중반 의도적으로 전력수요 추정치를 줄였습니 다.그러다 80년대 후반 예상치 못한 3저(低)호황,그에 따른 전력수요 폭증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시작했습니다.그러나 발전소를 1,2년에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여러 가지 사정이 여의치 못해 94년에는 「공급예비율 2.
8%」가 되는 사태까지 생겼습니다.
陰=95년에는 별로 덥지 않아 문제가 안됐습니다만 이웃 일본은 무척 더웠습니다.만약 그 때 우리나라가 일본만큼 더웠더라면상당히 위험했을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올해 대책도 그리 미덥지 못했던 것 아닙니까.
辛=통상산업부.한전과 함께 봄부터 대책을 세웠었죠.갑자기 공급을 늘릴 수는 없고,주로 피크타임에 전기사용을 억제하는 방안을 생각했습니다.이 대책으로 한 2백만㎾를 절약해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원전 2기가 갑자기 가동 중 단돼 걱정이많았습니다만 때마침 날씨가 도왔습니다.
***소득급증 예상못했다 陰=장기전력수급 대책에 가장 중요한요소는 「수요」 아닙니까.그런데 예측이 왜 그렇게 할 때마다 빗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외국에서는 수요처별로 아주 미세하게 예측해 단기적으로는 거의 정확하다는데 우리는 바로 다음 해 수요를 맞힌적이 없습니다.모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닙니까.
辛=한전도 나름대로 수요계층을 나눠 예측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미흡한게 사실입니다.예측기법을 보완하고 전문인력.자료를 더확보해야 합니다.또 하나 외생(外生)변수 문제가 있습니다.가장중요한 소득변수가 우리나라는 너무 틀립니다.9 0년대 수급차질도 사실은 상당분 그 때문입니다.1년에 2,3%포인트씩 GNP성장률 예측이 틀리는데야 방법이 없지요.
陰=그렇다고 수요예측이 수십%씩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지요.
정부.한전이 마인드를 바꿔 수요예측에 더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전력수요예측 오차는 바로 경제적 손실 아닙니까.원자력발전소 1기에 6,7천억원정도 하는데 수요예측 2,3%오차에원전 1기가 왔다갔다 합니다.
辛=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가격결정도 좀 합리적으로돼야 합니다.전력료가 원가와 전혀 상관없이 물가관리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되는 것도 수요폭증의 근본 원인입니다.전력공급주체가 수요를 생각해서 적절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야 예측의 정도(精度)가 높아집니다.
陰=가격이 그처럼 수요에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가 전력을 흥청망청 쓰라고 홍보한 적도 있습니다.가정용은 물론 생산용기기를 모두 에너지절약형으로 바꾸지 않는한 갑자기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전기를 덜 쓰는건 아닙니다.
辛=아직 데이터가 충분치는 않습니다만 저희 연구원의 「탄성치연구」결과는 단기적으로는 말씀하신대로 영향이 적습니다만(0.2정도) 장기적으로는 꽤 높습니다(1.0까지).문제가 되는 것은피크타임 수요이기 때문에 대량 수요자의 전력이 용시간대를 이동시키는 방법이 부하(負荷)를 직접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외국에서는 전력공급회사가 부하이동에 들어가는 기기(器機)를 구입하는데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陰=해마다 예비율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얼마로 잡는게 바람직한가요.
***공급예비11~12%돼야 辛=예비율은 개념이 아주 복잡합니다.우선 발전시설등을 설계할때 적용하는 「설계예비율」은 대략18%면 됩니다.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를 기준으로 발전설비용량이 18%는 남아야 한다는 것이죠.이에 비해 「공급예비율」은 실제 공급가능한 전력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발전소가 있어도 사고.고장이 날수도 있고,또 정기적인 점검도 해야하기 때문에 공급가능량은 훨씬 줄어듭니다.또 수요예측이 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이런 요인을 모두 고려해 공급예비율은 11~12%가 안전한수준입니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워낙 공급이 달리다보니 적정 예비율을 7,8%로 보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陰=「예비율 1%오차=수천억원투자낭비」인 부문치고는 투자지표가 성의없을 정도로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좀 더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고장확률.공급시스템등이 전력예비율 산정에 포함돼야 할 것 같은데요.
辛=사실 그렇습니다.에너지발전원(源)별 혼합비중.최대 단위발전소 용량.시스템의 연계여부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표개발이 필요합니다.유럽처럼 여러나라가 전력을 연계해 쓰고 있는 경우는예비율이 높지 않아도 됩니다.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완전 고립돼 있는 나라는 예비율을 다른 나라보다 좀 높게 잡아야지요.
또 예비율 결정에는 최대 발전기기 용량도 중요합니다.최악의 경우 그 발전소가 가동중단되는 사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예비율이 낮아 전력공급이 중단될 경우 발생할 정전시 비용,즉「Outage cost」도 예측해야 합니다.
陰=앞으로 연구원이 할 일이 많군요.지난달 에너지경제연구원이발표한 「신경제 장기구상」에는 현재 26%에 불과한 원자력발전비중을 39%로 늘리는등 원자력발전을 대폭 증대하기 위해 201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9기를 새로 건설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또 LNG발전소 40기,유연탄발전소 27기등 모두 1백5기에 달하는 발전소를 새로 지어 5천7백만㎾의 전력을 새로 공급하는 계획인데 요즘 현실과 괴리된 안이한 계획이라는 일부 지적이 있습니다.
***환경친화형 계획수립 辛=지난해 확정한 「장기전력수급계획」을 반영해 석탄을 줄이는 한편 원자력및 천연가스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입니다.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별 개발계획을 수립했지요.
원자력발전소는 요즘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고 입지비용등이 훨씬 비싸게 듭니다.또 에너지원에 따라 기술발전 추세가 놀라울정도로 빠른 경우도 있구요.석유발전 비중도 우리나라는 상당히 줄이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하다못해 탈황설비를 갖춘중유발전소도 세우고있는 추세입니다.
陰=정부계획은 「입지와 재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혹평도 있습니다.지금처럼 한 곳에 집중해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타당성도 재검토해야 하고,또 바닷가를 모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데 쓸 수도 없다는 것 입니다.특히국토종합개발계획등 다른 계획과 연계도 안돼 있다는 평가입니다.
辛=정부계획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장기 전력심의위원회가 심의,확정합니다.제 생각으로도 원자력발전소는 꼭 필요합니다.주민과의갈등은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과제고,기존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재원은 정부가 좀더 신 경써야죠.에너지가격도 현실화하고 해외차입도 가능해야 합니다.해변가 원전입지는특히 다른 국토개발 사업입지와 경쟁이 됩니다.더구나 발전소는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이구요.도시개발.국토개발을 하는 분들이 에너지 대책에 더욱 관심을 두셨 으면 합니다.범정부차원의 입지조정방안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陰=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석유소비 제6위국」입니다.80년 61%이던 총 에너지소비에 대한 석유의존도가 87년에는 44%로 낮아지는가 했습니다만 작년에는 다시 63%로 높아졌습니다.
일본 56%,영국 38%,프랑스 39%등에 비해 너무 높습니다.최근 원유가격도 오르는 추세고 자동차는 계속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산업구조도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비중이 크게 높은현실입니다.강력한 유류소비 억제방안은 없습니까.
***교통체계 대수술 시급 辛=그렇습니다.최근 들어 고급 에너지수요가 늘어 더욱 석유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국내 부존에너지인 무연탄수요는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더불어 환경오염 수준도 심각합니다.수송부문 에너지 절감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특히 도시교통 에서 대중교통수단 중심의 교통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지역간 화물운송도 보다 효율화하고 지역단위에너지정책을 수립할수 있는 개발수법의 도입도 필요합니다.현재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난방 사업과 병행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분산형 소규모 집단전원개발사업을 꾸준히 정착해 나가야할 것입니다.한편 석유정제업에 대한 진입규제 폐지.석유수입 자유화를 통한 경쟁도입도 바람직합니다.
陰=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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