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이닝 10점…LG 대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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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3점 홈런을 친 두산의 김동주가 김광수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연합]

야구를 큰 야구와 작은 야구로 나눌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홈런에 비해 타구를 톡 하고 땅에 굴리는 번트는 분명 '작은 야구(smallball)'다. 그러나 번트의 힘은 홈런 한방 못지 않다. 성공하면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고, 심지어 짜증나게 하는 심리적 효과를 발휘한다.

프로야구 두산이 4일 두번의 번트 성공으로 서울 라이벌 LG를 잠실에서 16-4로 무너뜨렸다.

두산은 0-0이던 3회 초 무사 1루에서 전상열이 1루 라인선상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허를 찔린 LG 내야진의 움직임이 늦어 무사 1, 2루가 됐다. 이어 타석에 나선 윤재국은 처음부터 번트 자세로 나서 초구에 번트를 댔다. 착실하게 점수를 뽑겠다는 두산의 의도가 분명했다.

그러나 LG는 흥분했다. 선발투수 후타도는 세번 정도 튄 번트 타구가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자 곧장 3루로 던졌다. 타이밍도 조금 늦었고, 송구도 좌익수 쪽으로 약간 벗어났다. 3루수 김상현이 공을 놓쳐 무사 만루가 됐다.

이때부터 두산은 폭죽같이 안타를 퍼부었고, LG는 귀신에 홀린 듯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하며 자멸했다. 무사 만루에서 후타도의 폭투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은 계속된 무사 2, 3루에서 안경현의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한점을 보태 2-0을 만들었다. 이어 김동주의 3점 홈런과 윤재국의 3타점 2루타 등으로 8점을 추가, 단숨에 10-0으로 달아나 승부를 갈랐다. 3회에만 10안타를 퍼부은 두산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타자 전원 안타와 득점을 동시에 달성하며 잠실 라이벌 LG에 올 시즌 3승1패로 앞서 나갔다.

두산 선발 레스는 7이닝 동안 4안타.1볼넷.8삼진.3실점으로 호투, 시즌 6승(1패)째를 따내며 다승 선두 1위를 달렸다.

기아는 광주 한화전에서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 장성호의 동점 적시타와 이재주의 끝내기 밀어내기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 선발 송진우는 8회까지 3안타.무실점으로 막아 완봉승을 눈앞에 뒀으나 9회말 이종범을 우익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장성호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고, 1사 만루에서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권준헌이 이재주에게 볼넷을 허용, 송진우는 패전투수가 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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