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여성 포로도 美軍에 가혹행위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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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이 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 파문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이라크 수용소에서 여성 포로까지 알몸 상태로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LA타임스는 3일 입수한 미 육군 자체진상조사 보고서를 인용, "미군들은 남성 포로들은 물론 여성 포로들까지 알몸 상태로 비디오 촬영과 사진촬영을 했으며, 한 미군은 이라크 여성 포로를 성폭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이라크인 포로 학대 사건이 군 지휘체계 미비에서 온 조직적인 문제로 드러났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일부 사병의 산발적인 일탈행위라고 강조해온 미군 지휘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전했다.

◇관련자 중징계=미군 검찰 당국은 학대에 연루된 미 육군 장교 6명을 군법회의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BBC가 3일 보도했다. 마크 키미트 미군 대변인은 "그들이 범죄행위를 직접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들 장교 6명은 불명예 제대가 불가피한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발생한 이라크 수감자 의문사를 포함, 미군의 수감자 학대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론 악화에 미 행정부 전전긍긍=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여부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학대 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국민을 고문하고 학대한다고 비난하던 미국이 스스로 똑같은 일을 저지름으로써 후세인 정권 축출의 정당성을 퇴색시켰기 때문이다.

극도로 외부 노출을 자제시키는 여성들에 대한 미군의 성 학대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이슬람 국가들은 분개하고 있다. 아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학대에 가담한 범죄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의회 일부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전범으로 규정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르단의 아스마 호드르 정부 대변인도 "미군의 행위는 국제법에 명시된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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