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法 정의 서게 저를 엄벌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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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엄벌을 내려주십시오. 저를 통해 승리자도 법의 정의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51억9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씨는 4일 최후진술에서 자신에 대한 '엄한 처벌'을 부탁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安씨는 "검찰 수사과정에 협조하지 않은 점을 꾸짖었던 검사의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입을 열었다. 푸른 수의차림의 安씨는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이었다.

安씨는 "조직의 살림을 맡았다는 이유로 현실과 많이 타협했다"면서 "낡은 정치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의 원칙으로 보면 그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과 야당 생활을 하면서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출세를 하기 위해 이긴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는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安씨 부인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그는 "그러다 보니 타협을 했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고 대통령께 누를 끼쳤다"면서 "저를 무겁게 벌해 법적 정의가 바로 서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安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51억9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대선 때는 물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아 사안이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특히 "安씨는 겉으로는 386세대의 대표자임을 내세워 깨끗한 정치를 주장했지만, 속으론 검은 돈을 받아 상당부분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선거캠프의 사적인 빚 변제에 사용해 도덕적 우월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오전 10시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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