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선택 … ‘교과서 점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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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8~2009 피겨 시즌 개막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성인 무대 데뷔 후 세 번째 시즌을 맞는 김연아(18·군포수리고)는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아사다 마오(18), 안도 미키(21·이상 일본) 등 그의 경쟁자들은 앞다퉈 고난도 점프를 선보이겠다고 나섰다. 그는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한 번 실수로 한 해를 망칠 수 있는 것이 은반 위 승부의 세계다. 그는 무모한 도박보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새 점프로 승부수 던진 경쟁자들=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안도는 지난달 24일 “쿼드러플 살코(공중 4회전)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겠다”고 발표했다. 아사다는 7월 방한 당시 “다음 시즌에는 프리스케이팅에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를 두 번 넣겠다. 또 러츠 점프의 인에지(스케이트날 안쪽) 도약 문제도 교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이 고난도 점프에 도전하는 것은 국제빙상연맹(ISU)이 올 시즌부터 고난도 점프의 배점을 높였기 때문이다. 트리플 악셀은 7.5점에서 8.2점으로, 쿼드러플 살코는 9.5점에서 10.3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대신 ISU는 실패 시 감점도 0.4~1.8점 높였다.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안도는 주니어 시절이던 2002년 12월 여자로는 처음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사다의 경우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50% 남짓이다. 게다가 회전수 부족 논란도 있다. 고난도 점프가 이들에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김연아, 고난도보다는 완성도에 초점=김연아는 올 시즌 쇼트(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프리(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프로그램을 7월 공개한 데 이어 30일에는 갈라 프로그램(린다 에더의 ‘골드’)을 발표했다. 2년째 호흡을 맞추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는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다. 매 시즌 그를 괴롭혔던 허리 등의 부상도 완치됐다. 오서 코치는 “앙증맞던 연기가 여성미 넘치는 연기로 바뀌었다”고 성숙미와 우아함을 칭찬했다. 김연아는 “프로그램의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데도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 프로그램의 변화 없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23일 미국 애버렛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1차 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 출전을 시작으로 시즌을 맞는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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