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동아시아 여성포럼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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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리적.문화적 거리가 가까운 만큼 여성들이 처한 현실도 여러면에서 비슷한 동아시아 7개지역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인 제2차동아시아여성포럼이 24일 사흘간 일정의 막을 내렸다.
한국.일본.중국.대만.홍콩.몽골.마카오등지서 민간여성단체 회원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타워호텔서 열린 이번 동아시아여성포럼은 지난해 베이징(北京)유엔세계여성회의 이후 각 지역서 가시화된 여성 지위향상의 성과들과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즉 베이징회의에서 빈곤.교육.폭력등 12개분야 여성발전을 위해 채택한 행동강령이 지난 1년간 동아시아 여성들의 삶속에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해보는 장이었다.
한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성차별적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한 「10대과제」가 선정되고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는등 괄목할만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됐으나 여성을 각종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적 뒷받침 은 미약해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성폭력특별법 개정등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베이징회의를 전후로 여권(女權)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달한 중국은 「전중국여성연합」의 주도아래 활발히 진행중인 빈곤지양계획이 첫손에 꼽히는 성과.2000년까지 1백만명 여성의 빈곤극복이라는 목표아래 농촌지역 여성에 대한 기술훈련 .해직여성노동자 재고용을 돕기 위한 민.관 합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공산당 통치 종식후 민주정권과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 놓인 몽골은 심각한 고용 불안정,매매춘의 급증등 혼란한 사회상속에서 여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는 형편.하지만 혼란의 와중에도 올해초 「사회적 진보를 위한 여성」 전국대회가 최 초로 열렸으며,「몽골여성연합」의 활발한 활동끝에 여성국회의원 7명을탄생시키는등 희망의 싹을 틔웠다.
또 97년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에선 정치적 불안요소들이 가정내 폭력발생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으며 일본은 여성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만큼 여성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이 역설되기도 했다.
폐막일 채택된 동아시아여성포럼 결의안은 이같은 각 지역 여성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민간여성단체들간 네트워크를강화,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명시했다.특히 포럼 참가자들은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일본정부가 민간기금 을 통한 희생자회유행위를 즉각 중단하는 한편 베이징회의 행동강령에 명기된대로위안부제도를 전쟁범죄로 인정하고 일본 의회가 진상조사와 국가차원의 배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이번 포럼에선 베이 징회의 준비회의로 첫발을 내디딘 동아시아여성포럼을 이 지역 여성들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장으로서 2~3년에 한번씩 정례화하기로 합의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3차포럼은 98년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될 예정.
신예리.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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